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지난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 기업이 재무제표를 잘못 기재할 경우, 임원이 받아 간 성과급을 환수하는 개정안을 발효했다. 개정안에 따라 증권거래소가 마련한 상장 기준은 오는 11월부터 적용된다. 국내에는 보편화되지 않은 이 제도는 ‘클로백’이라고 불린다.

‘클로백’(Clawback)은 임직원이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환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2011년, 미국에서는 한 사건으로 인해 클로백 제도가 확산되었다. 당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한 임원은 음주 후 택시를 타고 가다가 택시요금과 관련해 택시 기사와 싸움을 하는 일이 있었다. 이때 그는 펜나이프를 꺼내 기사를 위협하기까지 해 법정에 섰고, 결국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사규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선고 직전에 그를 해고했다. 그리고 모건스탠리는 그의 이연성과급을 놓고 다툼을 벌이게 되는데, 모건스탠리는 직원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성과급을 환수할 수 있다는 클로백 조항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과 유럽의 금융업계에서는 클로백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우리나라에도 클로백과 비슷한 규정이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제9조 3항)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이연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 금융사는 이 조항을 내부 규범에 반영하지 않고 있고, 규정이 있더라도 실제로 이행된 사례는 없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성과보수를 한 번에 지급받지 않고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에 걸쳐 지급받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성과급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여러 해에 걸쳐 나눠주는 이연성과급은 임직원의 고위험상품 판매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아직 증권사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지배구조법에는 예외 조항이 없기에 명백히 위배되는 사항”이라며 “현재 구체적으로 마련된 제재 방안이 없어 각 금융사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성과급 잔치’ 등 임직원의 사익 추구와 잘못된 영업 관행 유지를 막기 위해 클로백 제도를 고려하고 있다. 올해 초에도 금융 당국은 클로백 조처 강화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했으나, 회의적인 목소리가 우세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제6차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지배구조법상 이미 성과보수의 이연지급·환수 등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국내은행들이 최소한의 기준만을 맞추는 등 외국에 비해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성과보수와 관련된 규정이 존재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서 단기 성과에 매몰되는 문화가 형성되지는 않을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클로백 검토와 함께 규정 준수·미준수 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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