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현재의 경제 상황은 금융 시장 특히 시중 은행의 상황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은행들이 건강하게 돈을 보유하고 또 그 돈이 원활하게 순환되고 있다면 호재가 되지만, 반대로 은행들의 경영 위기에 빠지고 흐름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경제 상황에 큰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뱅크데믹’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뱅크데믹(Bankdemic)은 '은행'을 뜻하는 'bank'와 전염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상황을 가리키는 'pandemic(팬데믹)'을 합성한 용어로, 은행에서 발생한 경제적 위기가 전염병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약 4년에 걸쳐 전 세계를 암흑으로 몰아 넣었던 전염병 코로나 19 팬데믹 사태를 떠올려보면, 뱅크데믹을 왜 우려해야 하는지 쉽게 떠올릴 수 있다.

뱅크데믹은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심각하게 나타난 현상으로, 용어도 그때 만들어졌다. 코로나 19 팬데믹을 겪는 동안 급격하게 늘어난 통화량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연방준비제도(FRS)는 2022년부터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채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고, 그 여파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은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인 ‘뱅크런’이 발생해 지난 3월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스위스의 대형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유동성 위기로 UBS그룹에 인수되었으며, 독일의 최대 투자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설이 갑자기 돌며 주가가 대폭 하락하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정말 전염병처럼 은행들의 위기가 퍼지기 시작했고 거대 은행들까지 집어 삼켰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뱅크데믹이라는 침울한 구름이 은행을 뒤덮은 것은 물론 자본시장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라고 보도하며 ‘뱅크데믹’이라는 용어를 사용, 이후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뱅크데믹으로 인한 은행 위기 확산이 빠른 이유, 바로 스마트폰의 발달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예금을 인출하고 해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위기설’이 나도는 은행은 순식간에 뱅크데믹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간다. 여기에 더해 SNS의 발달로 위기설이 일파만파 확산하며 고객들의 뱅크런을 부추겨 삽시간에 은행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은행 리스크가 전염병처럼 급속하게 번지는 ‘뱅크데믹’.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이지만,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에서도 ‘유동성 문제’ ‘자금 부족’ 등의 위기설이 퍼지며 많은 우려를 산 사태가 더러 있어 왔다. 특히 폰뱅킹 등 최신 금융 기술의 발달은 편리함을 가져온 이면에 우려를 빠르게 확산하게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는 것과 함께 전염병처럼 퍼지는 뱅크데믹을 방지하기 위한 금융당국과 시중 은행들의 ‘안전’ 대비가 더욱 두텁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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