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에 ‘찰나의 빛으로 전자를 포착’하는 ‘아토초’와 관련된 실험 방법을 고안해 낸 과학자 피에르 아고스티니(70),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여·65) 세 명이 선정됐다. 노벨위원회는 “이 세 명은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의 세계(world of electrons)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를 건네준 실험을 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설명하며 노벨 물리학상 수여 이유를 전했다.

‘아토초’는 100경분의 1초다. 작은 단위로 나눈 초의 단위로는 마이크로(100만분의 1), 나노(10억분의 1), 피코(1조분의 1), 펨토(1,000조분의 1), 아토(100경분의 1) 등 극미세 세계의 단위로까지 시간을 나눌 수 있다. 빛이 30cm를 진행할 때 걸리는 시간을 1나노초라 하는데, 이 값의 10억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아토초’는 분자보다 작은 단위인 원자와 원자 내부에서의 전자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자 단위의 세계에서는 영점 몇 아토초 만에도 변화가 나타나기에 일반적인 빛이나 단위로는 관찰·표현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세 명이 전자가 움직이거나 에너지양이 변화하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파장을 지닌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보여, 미시세계 연구의 신기원을 연 것이다.

쉽게 말해 100분의 1초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셔터 속도가 10분의 1초인 카메라로 찍을 수 없듯이, 100경분의 1초 단위로 변화하는 전자 세계에서는 그만큼 극도로 짧은 파장의 빛이 있어야 관측 및 측정이 가능한 것이다.

아토초 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큰 단위인 ‘펨토초(1,000조분의 1) 레이저’를 활용해야 한다. 펨토초 레이저로 원자를 이온화시킴으로써 전자를 분리하고, 다시 전자가 원자와 재결합하며 빛 에너지가 방출되는 과정에서 훨씬 짧은 아토초 펄스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아토초 과학은 분자 속 전자의 운동을 연구해 DNA의 구조를 규명하고, 광합성 같은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등을 밝히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공학에서도 반도체 등 전자 재료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파악해 제어에 활용하고, 의료 분야에서는 다양한 분자를 식별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한편, 이번 아토초 수상은 펨토초(아흐메드 즈웨일 교수)의 수상 이후 24년 만에 1,000배 더 나아간 기술이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이다. 펨토초 레이저 기술은 이미 백내장 수술을 비롯한 의료, 측정, 가공 영역 등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만 학계에서는 아토초 레이저가 의료, 산업계 등 실사용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미 아토초보다도 빠른 ‘젭토초(10해분의 1초)를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연구에도 돌입했다고 한다.

이번 세 명의 공동수상으로 1901년 첫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이후 올해까지 224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최초의 노벨 물리학상은 X선을 발견한 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이다. 또 가장 유명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수상 당시 독일·1921년)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빛의 입자성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올해 수상자 중 한 명인 안 륄리에는 역대 5번째이자 2020년 이후 3년 만의 여성 수상자로 기록되며 주목받았다. 수상자 3명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5,000만 원)이 수여되며 셋이 균등하게 나눠 갖는다.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껴 있는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아토초를 발견해 낸 기술이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건지는 일반인이 정확히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고 기술할 수 있는 자연 현상이 더 많아졌다는 점에서, 또 앞으로 사용될 다양한 분야나 기술이 더 많아졌다는 점에서 ‘아토초’에 발견과 발전은 경이롭고 신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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