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코로나19 유행 변이에 대응해 신규 백신이 개발되며 지난 19일 동절기 접종이 시작됐다. 이번에는 인플루엔자(독감)와의 동시 유행이 우려되는 만큼 두 가지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올해에는 독감 확산 속도가 상당히 빨라 이미 추석 직전에 예년 12월 수준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렇게 독감 환자가 빠르게 급증한 이유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면역빚(Immune Debt)’을 언급했다. 면역빚은 병균에 노출되는 상황을 인위적으로 막을 경우 당장은 병에 걸리지 않지만,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면서 추후 여러 바이러스나 세균과 접촉할 때 감염에 더 취약해지는 것을 가리킨다.

전 세계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 사람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했고, 철저한 방역이 일상이 되었다. 외부 활동 제한과 사람 간의 접촉을 막기도 했는데, 이 시간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면역빚이라는 말은 2022년 프랑스 의료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병균에 노출되는 것을 막았을 때, 면역력 저하로 나중에 병에 걸린다는 것. 즉, 향후 갚아야 할 ‘빚’으로 쌓인다는 말이다. 실제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가 갑자기 벗고 다니면, 예전보다 더 쉽게 감기에 걸린다고 느낄 수 있다.

올가을은 몇 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맞이하는 가을이다. 날이 추워지면서 감기, 독감 환자가 많아졌는데, 독감의 경우 미성년자 연령대에서 빠르게 퍼졌다. 연령대별 외래환자 천 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7세~12세 53.8명, 13세~18세 31.8명, 1세~6세 22.9명이었다. 일반적으로 유행 기준은 1천 명당 6.5명으로, 이를 통해 초등학생은 유행 기준 8배 이상으로 환자가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달 초에는 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절반 이상이 A형 독감 판정을 받기도 했다. 르세라핌의 소속사 쏘스뮤직은 2023 르세라핌 투어 ‘플레임 라이즈스’를 앞두고 공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 독감으로 김채원, 허윤진, 카즈하는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독감은 올여름에도 기승을 부렸다. 2023년 20주 차(5월 14~20일) 외래환자 1천 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는 2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20년간 같은 기간 통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방역 조치 완화의 영향으로 추정되었다.

코로나19, 독감과 함께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의 각종 호흡기감염증도 유행했다. 송준영 고려대 의과대학 구로병원 교수는 최근 열린 감염병 예방관리 아카데미에서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에 동시 감염되면 코로나19 단독 감염의 경우보다 인공호흡기 치료를 요하는 중증 감염의 위험도가 2.3배, 중환자실 입원 기록이 2.1배 높다고 보고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여러 질병에 동시다발적으로 걸리면 위험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의심 환자가 한시적으로 줄더라도 앞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므로 독감 국가 예방접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을 최우선으로 권고하는 만큼, 고령층과 어린이, 임산부를 비롯해 폐·심장 질환자, 만성질환자, 의료인과 환자 가족 등은 더 늦기 전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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