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기업을 ‘올바로’ 경영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순간의 옳지 못한 판단이, 또는 그릇된 욕심이 기업을 존폐의 기로에 서게 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규모의 대소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기본 원리로,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순간 순간 옳지 못한 경영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후폭풍을 일으켰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했다. 

최근에는 ‘디지털’ 산업을 선도했던 기업 ‘도시바’가 사라질 운명에 처해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 대기업인 도시바는 1949년부터 74년간 도쿄 증시에 상장돼있는 일본의 대표 기업 중 하나다. 하지만 그간 다양한 악재가 이어지며 기업을 쇠퇴의 길로 내몰았고, 결국 도시바는 지난 12일 오는 12월 20일 상장 폐지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도시바는 74년에 걸친 상장기업 역사를 일단 끝내게 됐다.

1875년 다나카 히사시게가 설립한 다나카 제작소를 모태로 하는 도시바는 1949년 도쿄 증시 상장 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때 일본의 대표 글로벌기업으로 이름을 떨쳤다. 도시바는 일본 최초로 냉장고, 세탁기, 컬러TV 등을 내놨고 세계 최초로 노트북과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개발한 기업이었다. 과거 갖고 싶은 디지털기기 목록에 일본 기업들이 빠지지 않았는데, 그 중 ‘도시바’의 제품들도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본 경제의 거품이 붕괴되기 전인 1990년까지 NEC와 글로벌 반도체 정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겨뤘고, 1992년에는 낸드플래시 기술을 삼성전자에 전수하기도 했다. 반도체와 가전 분야뿐만 아니라 사업 다각화를 통해 방산, 철도, 중공업까지 무려 300여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렇게 ‘일본의 에디슨’이라 불렸던 ‘다나카 하사시게’가 설립한 도시바는 기술을 선도하는 거대 공룡으로 우뚝 섰지만,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적적 해이)와 경직된 조직문화, 폐쇄적이고 뒤쳐진 경영적 시야 등으로 후퇴를 거듭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산업에서 낸드플래시에 대한 추가 투자 타이밍을 놓쳤고, 재빠르고 과감한 투자에 나선 후발업체 삼성전자에 밀려 그 격차를 줄여나가지 못했다. 게다가 정확한 시장 분석 없이 원전사업 등에 뛰어든 건 결정적인 판단 오류가 되어 후폭풍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올드한 사내  문화와 파벌주의는 기업 이미지마저 추락 시켰다. 

설상가상으로 경영의 오류와 손실을 덮으려 더 큰 방만과 오류를 범했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1500억엔이 넘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이 2015년 발각되며 시장에 신뢰까지 상실했다. 이후 사모펀드에 매각된 후 결국 상장 폐지의 굴욕을 맏닥드린 것. 더 이상 도시바를 찾거나 좋은 기업으로 인식하는 소비자는 사라졌고, 100년이 넘는 굴지의 대기업이 무너지는 건 찰나의 순간이었다.

1875년 장비제조업체로 시작해 150년 역사를 가진 도시바는 2000년대 들어 회계 부정, 미국 원전 자회사의 손실 등 굵직한 악재가 터지며 쇠퇴의 수순을 밟았고, 결국 오는 12월 상장 폐지를 앞두고 있다. 이는 변화의 흐름을 넘지 못하고, 올바른 경영 판단을 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기업의 운명을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자랑스러운 기업들이 여럿 있고, 규모는 작아도 나름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이 있다. 이번 도시바 사태는 국내 많은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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