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고등학교를 택하느냐”가 대학 입시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교육정책 변화로, 학교별 학생기록부 구성과 내신 관리 방식이 달라지면서 대입 전략의 방향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선택지는 ‘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전사고)’다.
전사고는 큰 범주 내에선 흔히 알려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범주 내에 속한다. 하지만 그 이름처럼 ‘전국’의 학생을 대상으로 모집한다는 점에서, 시·도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반 자사고와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전사고 제도는 2000년대 후반 교육 다양성과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학부모와 학생에게 더 폭넓은 선택권을 부여하고, 명문고를 육성한다는 취지로 일부 학교에 전국단위 모집권을 부여했다.
전사고로 운영되는 학교로는 서울의 하나고, 전주의 상산고, 용인의 외대부고, 횡성의 민족사관고, 울산의 현대청운고, 천안의 북일고,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 김천고, 인천하늘고 등이 있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기숙형으로 운영되며,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집중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전 교과의 성취도가 높은 이른바 ‘육각형 인재’들이 모이는 곳으로, 수준 높은 심화 과목과 연구 프로젝트, 융합형 수업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이러한 교육 환경 덕분에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투트랙’ 체계를 갖춘 것도 전사고의 강점이다.
특히 전사고는 매년 의학계열과 서울 주요 대학 진학 실적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왔다. 외대부고는 매년 60명 안팎의 서울대 합격자를 내며, 상산고는 의대 진학자의 상징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합격률을 자랑한다. 하나고 역시 매년 수십 명의 학생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진학시키며 상위권 대학 진학률에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사고의 존재감은 최근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더욱 커졌다. 202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 5등급제와 정성평가 중심의 대입 체제가 도입되면서, 학교별 교육과정과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자율성이 높은 전사고는 심화·융합 과목 개설이나 연구 프로젝트 운영을 통해 차별화된 학생부를 만들 수 있어 수시 전형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전사고를 둘러싼 논란도 꾸준하다. 교육 다양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학교 간 서열화와 사교육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따른다. 또한 일반고와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은 ‘상위권 학생이 몰리는 전사고에서 다소 불리한 내신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준의 교육 환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고에서 안정적인 내신을 확보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교를 고를 때 ▲학생부와 세특 관리가 가능한지 ▲수시·정시를 모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인지 ▲생활 여건이 지속 가능한지 세 가지 기준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사고는 전국단위 선발과 자율형 교육과정, 기숙형 심화 학습을 통해 여전히 상위권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학교의 이름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자신의 잠재력과 꿈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느냐다. 대입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내 자녀에게 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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