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플랫폼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도래했다. 검색창에 직접 단어를 입력하던 시대는 저물고, AI가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해 먼저 답을 제시하는 기술이 일상을 바꾸는 것도 머지 않았다. 클릭 한 번 없이 상품을 추천받고, 결제까지 끝나는 ‘제로클릭(Zero-click)’, 인간의 선택이 아닌 AI의 제안이 소비를 이끄는 새로운 흐름을 살펴본다.

‘제로클릭’(Zero-click)은 사용자가 검색하거나 버튼을 누르기 전에 AI가 의도와 맥락을 예측해 추천·주문·결제·예약까지 앞당겨 주는 사용자 경험을 말한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 연구팀이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 제시한 키워드다.

제로클릭의 핵심은 예측과 개인화다. 이용 이력·위치·시간·취향 같은 신호를 학습한 AI가 ‘오늘 저녁 재고 있는 최저가 치킨, 30분 내 배달’처럼 나에게 맞는 제안을 먼저 내민다. 

이러한 트렌드는 쇼핑에서 특히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지난 9월 말 챗GPT는 대화창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결제까지 이어지는 ‘인스턴트 체크아웃(즉시 결제)’을 발표했고, 10월엔 월마트가 챗GPT 안에서 자사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파트너십을 공개했다. 여기에 구글은 대화형 쇼핑과 가상 피팅을, 퍼플렉시티는 리뷰 요약·비교와 구매 연결까지 붙이며 ‘검색 없는 쇼핑’ 대열에 가세했다. 또 국내에선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X를 쇼핑에 접목하고, 카카오는 톡 기반 대화형 쇼핑을 준비 중이다.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먼저 유통·광고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검색엔진 최적화와 가격 비교가 핵심이었지만, 제로클릭에선 ‘AI가 누구에게·무엇을 추천하느냐’가 매출을 좌우한다. 제품 데이터의 품질, 리뷰 신뢰도, 재고·배송과 관련한 AI의 데이터가 곧 마케팅 역량이 된다. 

또 ‘검색→비교→장바구니→결제’로 이어지던 4~5단계가 대화 한두 번으로 압축되며 충동과 발견 기반의 ‘디스커버리 커머스’가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카테고리 1위·우수 리뷰 상품에 트래픽이 쏠릴 가능성이 커져 승자독식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편의만큼 리스크도 분명하다. 무엇을, 왜 추천했는지 설명이 부족하면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 AI가 알아서 추천하기에 판매자·제조사 사이 CS와 환불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도 표준이 필요하다. 

제로클릭 흐름으로 인한 과도한 개인화는 필터 버블·가격 차별 논란을 낳을 수 있고, 방대한 행동 데이터 결합은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격차 문제도 키운다. 결국 제로클릭의 지속 가능성은 ▲추천·광고 표시의 투명성 ▲책임·환불 프로세스의 명확한 구분 ▲동의 기반 데이터 사용과 프라이버시 보호 등에 달려 있다.

제로클릭은 ‘검색의 시대에서 예측의 시대로’ 넘어가는 전환 신호다. 앞으로 소비자는 덜 클릭하고 더 쉽게 사게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 기업은 AI가 선택하도록 데이터·리뷰·이행(풀필먼트) 등을 정교화해야 한다. 

다만 편의의 속도가 신뢰의 속도를 앞질러선 안 된다. AI의 추천과 구매에 있어 명확한 데이터와 이유, 기업들의 책임, 프라이버시 보호가 균형을 맞출 때, ‘제로클릭’은 비로소 온전히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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