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지금 자신이 전차 기관사라고 상상해 보자. 달리던 전차에 이상이 생겨 멈출 수가 없는데, 곧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한쪽에는 5명의 사람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1명이 있다. 둘 중 어느 쪽도 대피할 시간이 없는 상황이기에 어느 쪽으로 가도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기관사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는 윤리학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트롤리 딜레마’이다.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과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 딜레마는 영국의 철학자 필라파 푸트(Philippa Foot)가 제안했고, 주디스 톰슨(Judith Thomson)이 이를 더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주디스 톰슨은 앞선 상황을 조금 비틀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기관사가 아니라 폭주하는 전차를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해 보자. 폭주하는 전차는 마찬가지로 사람들 5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옆에 마침 엄청나게 뚱뚱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철로로 밀면 열차를 멈추게 해 5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트롤리 딜레마는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에 언급되면서 더 널리 알려졌다. 하버드 대학에서 정치 철학 강좌를 진행한 샌델이 학생들에게 첫 번째 상황에 대해 말했을 때 대부분 ‘방향을 틀어 5명을 구하는 것’을 택했다. 그런데 두 번째 상황을 제시했을 때는 학생들이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의 실현을 윤리적 행위의 목적으로 보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는 1명을 희생해서라도 5명을 살려야 한다. 위 두 상황 모두 ‘5명을 살린다’는 똑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데, 누군가를 밀어야 하는 두 번째 상황에서 더 선택을 망설이게 된다. 

여기서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부분은 ‘타인의 죽음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개입하느냐’, ‘죽음이 얼마나 불가피한가’이다. 얼핏 비슷한 상황 같아도 누군가의 희생에 대한 책임감과 죄책감의 크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이러한 딜레마가 생기는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조슈아 그린(Joshua Greene)은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를 이용해 사람들의 뇌 활동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첫 번째 상황에서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됐고, 더 적극적 행동이 필요한 두 번째 상황에서는 편도체(amygdala) 등 정서와 관계된 부위가 활성화됐다. 

조슈아 그린에 따르면 인간은 윤리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이성적 시스템과 정서적 시스템의 갈등 사이에서 더 우세한 쪽을 택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는 별개다. 신경과학과 윤리학이 접목된 신경윤리학적 관점에서 가장 윤리적인 결정은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이 적절히 어우러지는 것이다. 

딜레마에 처하면 무엇을 선택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따른다. 누군가는 여럿을 살리는 것이 더 올바르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다른 이의 피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게 더 올바른 결정이라고 할 것이다. ‘트롤리 딜레마’를 마주했을 때 정답은 없다. 실제로 이성적 판단과 감성적 판단이 적절히 어우러질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그렇지만 이와 관련한 충분한 고민은 훗날의 ‘더 나은 선택’에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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