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백과사전’, ‘나무위키’ 등 여러 온라인 백과사전이 쓰이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위키피디아’(위키백과)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와중 러시아가 지난 15일 인터넷 백과사전을 표방한 ‘루비키’(ruwiki)를 새로 출시했다.

‘루비키’(ruwiki)는 현재는 러시아어만 제공하고 있는 러시아판 위키피디아로, 지난해 6월부터 베타테스트를 거쳐 현재 약 195만건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루비키는 올해 10개 이상의 언어 서비스를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서비스 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루비키의 등장은 위키피디아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에서 비롯됐다.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위키피디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과 관련해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가 게재된다고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와 관련해 발레리 파데예프 러시아 인권발전위원장은 “위키피디아는 이념적·정치적인 제품”이라며 “가능하면 빨리 국내에 유사 사이트를 만들고 위키피디아는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러시아 연방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이 특별군사작전 관련 ‘거짓 정보’를 삭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키피디아 운영사인 위키미디어 재단에 총 2천240만루블(약 3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렇게 위키피디아에 게재된 ‘특별군사작전’ 글을 시작으로 가짜뉴스라고 판단되는 글에 민감해진 러시아는 지난해부터 위키피디아를 비롯해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는 등의 이유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 등 SNS를 차단하며 정보 통제에 나서고 있다. 또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META)는 테러단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편, 온라인 백과사전의 대표주자인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사용자 참여의 온라인 백과사전으로 전 세계 200여 개 언어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미 누적된 데이터나 인지도 등으로 온라인 백과사전 중 가장 큰 범용성을 가졌지만, 모두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고칠 수 있는 체제로 만들어져 있어 악의적인 편집과 부정확한 내용, 내용의 질, 책임성과 작성자의 권위 부족 등의 이유로 백과사전으로서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렇기에 기존의 사용자 참여형 백과사전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루비키는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콘텐츠 제작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전문가’만이 자료 검증을 보증한다는 점에서 위키피디아와 다르다”라고 밝혔다. 

루비키는 위키피디아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불만이 높아지던 시기에 등장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루비키 서비스에 직접 개입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디지털개발부는 2022년 12월 위키피디아를 앞서는 지식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메데이코 루비키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인터뷰를 통해 “루비키는 러시아법을 따르지만 정부를 위해 일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하며 당국 개입 논란에 선을 그었다.

이제 막 출발한 루비키가 위키피디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다. 자료의 양, 신뢰도, 언어 지원, 러시아 당국의 개입이 없다는 정황 등 해결해야 하는 숙제는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백과사전 대장 격인 위키피디아는 여러 논란에도 다양한 분야의 방대한 지식이 정돈되어 수록되어 있고 끊임없이 갱신되며 접근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에 여전히 사람들에게 참고자료로 애용되고 있어 루비키가 그 벽을 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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