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약 10년 동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번번이 승인을 반려당했던 비트코인 ETF가 내년 초쯤 승인되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 현물 ETF는 ‘페이퍼 비트코인’이기에 비트코인의 개발자로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전에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페이퍼 비트코인(Paper Bitcoin)’은 가짜 비트코인을 말하며, 투자자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게 된다. 페이퍼 비트코인 자산을 구매하는 투자자들은 결과적으로 원래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페이퍼 비트코인은 쉽게 조작되거나 위조될 수 있는 등 비트코인으로서의 고유한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올해 9월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페이퍼 비트코인이 진짜 코인으로 인식돼 입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9월 25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불특정 주소로부터 암호화폐 ‘앱토스’(APT)를 가장한 가짜 토큰이 다수의 업비트 이용자에게 입금되었다. 그 규모는 총 2천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시 업비트는 즉시 해당 코인의 입출금을 일시 중지하고 회수 조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앱토스 메인넷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이 앱토스 네이티브 코인으로 인식됐다”고 전했는데, 이는 앱토스의 파생 코인을 원본으로 인식하는 업비트의 시스템상 오류를 인정한 것이었다. 업비트는 가짜 앱토스를 매도하거나 출금한 이용자를 대상으로 유선상으로 연락을 취하며 적극적으로 환수 조치를 취했다.

그나마 가짜 토큰의 소수점 단위(decimal, 토큰을 나눌 수 있는 최소 단위)가 진짜와 달라 일이 더 커지지 않을 수 있었다. 진짜 앱토스의 소수점 단위는 여덟 자리였지만, 가짜 앱토스는 여섯 자리였던 것. 

업비트의 대처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 암호화폐 커뮤니티 이용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환수를 어느 시점에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없이 무턱대고 ‘동의하지 않으면 출금 불가다’라고 하는 게 거래소의 적절한 고객 대응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스토리지 플랫폼 까사호들(Casa HODL)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 기술 책임자인 제임슨 롭(Jameson Lopp)이 한 조사에서는 최소 80개의 암호화폐 자산이 순전히 비트코인(BTC) 투자자들을 오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들의 이름으로 ‘비트코인(가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슨 롭은 “‘페이퍼 비트코인’ 제공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짜 비트코인을 사고 있다면 비트코인은 가치의 큰 저장소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자산으로서의 가치와 직결되기에 이러한 지적을 한 것이다. 

지금까지 SEC가 현물 ETF 신청을 연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바로 출렁여왔다. 만일 비트코인 현물 ETF가 증시에 상장이 된다고 해도 지금의 급등세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은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항상 가상자산과 관련해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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