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날이 추워지며 길거리에서 붕어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맛집’으로 소문난 붕어빵 가게에서는 벌써 줄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볼 수 있다. 추운 날 붕어빵을 찾는 사람들은 여전하지만, 해가 갈수록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파는 상인들은 줄어들고 있다. 

이에 겨울이 되면 ‘붕세권’을 찾는 이들이 나타난다. 붕세권은 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주거지역이나 권역을 가리킨다. 몇 년 전부터 붕세권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앱들도 나타났다. 붕어빵 가게가 줄어들어도 붕어빵에 대한 수요는 여전해, 카페와 백화점 등에서 붕어빵을 판매하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호세권’이라는 말도 있다. 호세권은 붕어빵과 함께 오랫동안 사랑받는 ‘호떡 가게’와 가까운 곳을 말한다. 호떡은 밀가루나 찹쌀 반죽 안에 설탕 등을 넣고 눌러 구운 음식으로, 겨울철 고전 간식 중 하나이다. 

붕세권과 호세권 이외에도 유독 먹거리와 관련해 만들어진 ‘O세권’이 많다. 편하게 ‘한 잔’ 할 수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주(酒)세권’부터 가까운 매장 이름의 앞 글자를 따와 ‘스(스타벅스)세권’, ‘맥(맥도날드)세권’, ‘파(파리바게트)세권’이라고 부른다.

스세권, 맥세권, 파세권 등은 주로 젊은 연령층이 선호하지만,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가 찾는 곳도 있다. 바로 ‘편세권’이다. 편세권은 집에서 걸어갈 정도로 가까운 데 편의점이 있다는 의미이다. 간식부터 식사 거리는 물론 웬만한 생활용품은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기에 편세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집 근처에 편의점이 있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 사람들은 ‘슬세권’을 필요로 한다. 슬세권은 슬리퍼 차림으로 카페·편의점·극장·도서관·쇼핑몰 등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한다. 슬세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근처 교통편보다 생활권 근처에 얼마나 많은 여가시설이 가까이 있는지부터 파악한다. 

슬세권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말로는 ‘몰세권’이 있다. 몰세권은 도보로 쇼핑몰, 마트 등의 ‘몰’이 가까운 곳을 가리킨다. 슬세권과 몰세권은 주로 도심에 살면서 바쁜 일상으로 간편한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만큼 집 근처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경치가 좋은 곳을 가리키는 ‘뷰세권’도 빠질 수 없다. 뷰세권은 어떤 장소가 가까운지에 따라 이름도 다르다. 호수나 한강 등이 가까우면 ‘물세권’ 혹은 ‘수(水)세권’, 숲이 가까우면 ‘숲세권’, 공원이 가까우면 ‘공세권’이나 ‘팍(Park)세권’이라고 한다. 모두 도심에서도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생긴 신조어들이다. 

예전에는 ‘역세권’(역 근처), ‘학세권’(학교 근처), ‘의세권’(병원 근처) 정도의 표현만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욕세권’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욕세권은 여러 사람의 비판이나 욕을 듣는 아파트일수록 집값이 오른다는 뜻이다. 이렇게 점점 다양해지는 표현들은 최근 인기 있는 음식, 주거 형태, 부동산 시장 등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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