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몇 년 전, 자신과 이름이 같은 동명이인이 전국에 몇 명이 있는지 조회해 보는 게 유행한 적 있다. 지금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동명이인이나 현재 유행하는 이름을 조회해 볼 수 있다. 몇십 년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유행한 이름들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시대별 유행한 이름에 대해 알아보자.

첫 번째, 70년대 이전의 영수와 영숙

산업화 [사진/위키피디아]
산업화 [사진/위키피디아]

2016년, 대법원은 출생신고를 중심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이름들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1940년대와 1950년대에는 남녀 모두 ‘영’ 자가 들어간 이름이 대표적이었다. 1940년대 남자 이름으로는 영수, 영호, 영식이 많았고, 여자는 영자, 정자, 순자가 많았다. 이 중에서도 ‘영수’라는 이름은 1960년대까지 인기 있는 남자 이름이었다. 1960년대까지 여자 이름 중에는 영숙, 순자, 미숙, 미경이 많았다.

이러한 이름들은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달라졌다. 다른 문화가 유입되고, 새로운 기술의 등장으로 기존의 질서가 바뀐 것이 사람들의 이름에도 반영된 것이다. 1970년대부터 남자 이름에 ‘훈’ 자가 들어간 지훈 등이 많아졌고, 여자 이름도 은주 등 요즘 젊은 세대들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름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70~90년대의 지훈과 유진

S.E.S의 유진, 슈, 바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S.E.S의 유진, 슈, 바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1970년대부터 사용된 ‘지훈’이라는 이름은 1990년대까지 인기 있었다.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인기 있는 남자 이름을 살펴보면, 여자 이름보다 유행이 느리다는 특징이 있다. 앞서 말한 ‘영수’라는 이름도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약 20년간 유행했고, ‘지훈’ 역시 20여 년 동안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반면, 여자 이름은 10년 단위로 유행이 바뀌었다. 영자-영숙-미숙-은주. 이렇게 변화한 이름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에 완전히 달라졌다. 이 사이에 은주, 은정, 지혜, 지영, 민지 등 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이름이 유행했다.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유진’이라는 이름이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오늘날의 민준과 서연

2002 월드컵 [사진/Flickr]
2002 월드컵 [사진/Flickr]

2000년대부터 남자 이름에는 ‘준’ 자가, 여자 이름에는 ‘서’ 자가 많이 사용되었다. 이때 이후 남자는 민준, 현우, 서준, 예준, 주원 등이 여자는 유진, 서연, 수빈, 서윤, 서현 등이 많이 쓰였다. 이제는 오히려 ‘영수’와 ‘영숙’ 같은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950~1960년대에 유행한 여자 이름 ‘영숙’의 2015년 신청 수는 1명에 불과했다.

대한민국 법원 사이트에서는 상위 출생신고 이름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남자 이름으로는 ‘이준’이 가장 많이 사용되었고, 여자 이름으로는 ‘서아’가 가장 많았다. 다만, 이준이 전체비율의 7.28%, 서아가 전체의 8.42%를 차지한 것을 보았을 때, 요즘은 굉장히 다양한 이름들이 쓰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대별로 유행한 이름을 보였을 때,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 시기에 이름도 같이 변화한 것이 드러난다. 산업화, 그리고 2000년대를 기점으로 쓰인 이름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2000년부터 많이 보인 ‘준’ 자와 ‘서’ 자가 나란히 1위 이름에 사용된 2023년. 과연 내년에도 이와 같은 흐름이 유지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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