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심장은 엔진이라 하지만, 도로 위에서 진짜 생명을 부여하는 것은 바퀴다. 바퀴는 회전의 단순한 반복처럼 보이지만, 그 원형 안에는 물리학과 공기역학, 재료공학이 정교하게 얽혀 있다. 운전자는 페달을 밟고 핸들을 돌리지만, 그 모든 동작의 결과는 결국 네 개의 바퀴 위에서 실현된다. 이 작은 원형이 도로를 붙잡는 방식에 따라 차량의 연비와 소음, 주행감, 그리고 안전이 갈린다.
① 전기차 휠은 왜 대부분 막혀 있을까
전기차의 휠은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막혀 있는 구조를 갖는다. 막힌 형태는 공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어 항력을 줄이고, 그만큼 주행 효율을 높인다. 내연기관차보다 배터리 효율이 절대적인 전기차의 특성상, 작은 공기저항의 차이도 주행거리와 직결된다. 이 때문에 최근 등장한 전기차 대부분은 휠 디자인보다 공력 효율(Aerodynamics)을 우선한다.

반면, 고성능 스포츠카의 휠은 정반대의 철학 위에 있다. 고속주행 시 강력한 제동으로 발생하는 열을 빠르게 방출하기 위해, 디스크 브레이크 주변을 감싸는 공기의 흐름이 중요하다. 그래서 스포츠카 휠은 일반적으로 개방면이 크고 스포크(살)가 얇은 구조를 택한다. 공기가 제동부를 통과하며 열을 식혀주는 ‘냉각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전기차 휠은 ‘에너지 절약의 기술’, 고성능차 휠은 ‘열과 속도를 제어하는 기술’로 나뉜다. 둘 다 공기의 흐름을 다루지만, 그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하나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다른 하나는 속도를 견디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② 타이어 폭, 넓을수록 좋은 걸까
폭이 넓은 타이어는 노면과의 접지면이 커 제동력과 코너링 안정성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마찰이 증가해 연비가 떨어지고, 노면 소음이 커지는 단점도 있다. 반대로 폭이 좁은 타이어는 마찰 저항이 적어 연비와 정숙성에서 이점을 가지지만, 고속 주행이나 급격한 코너에서는 불안정할 수 있다. 결국 타이어 폭은 성능의 ‘선택’이다. 스포츠카는 넓은 타이어를, 연비형 차량은 좁은 타이어를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③ 휠 인치, 크면 클수록 멋지지만
큰 휠은 시각적으로 안정되고, 조향 응답이 빠르다. 하지만 타이어 옆면(사이드월)이 얇아지면서 노면 충격이 그대로 실내로 전달되고, 연비도 떨어진다. 작은 휠은 반대로 승차감이 부드럽고 연비가 좋지만, 제동 성능과 디자인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결국 휠의 크기는 디자인과 주행 감각, 효율 사이의 절충점이다.
④ 타이어 패턴, 단순한 무늬가 아니다
타이어 표면의 무늬는 배수성과 접지력, 소음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대칭형 패턴은 마모가 고르고 연비가 좋다. 비대칭형 패턴은 코너링과 제동력에 강점을 보인다. 방향성 패턴(V자형)은 고속 주행 시 배수 능력이 뛰어나며, 수막 현상을 줄여준다. 이처럼 타이어의 패턴은 미적인 장식이 아니라, 도로 위의 물리 법칙을 설계한 결과물이다.
⑤ 타이어와 휠의 소재, 기술의 진화
철제 휠로 시작한 자동차 역사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탄소섬유 등으로 이어졌다. 철제는 강하지만 무겁고, 알루미늄은 가볍고 열전도성이 높다. 최신 슈퍼카에는 카본 복합소재 휠이 적용돼 무게를 줄이면서도 내구성과 열 분산 능력을 동시에 확보한다. 타이어 역시 천연고무에 합성수지와 실리카, 나노소재를 섞어 성능을 세밀하게 조정한다. 바퀴 한 짝에도 반세기 이상의 기술 축적이 녹아 있는 셈이다.
자동차의 바퀴는 ‘돌아가는 원형’이라는 단순한 정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 속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는 공학적 계산, 주행의 감각을 조율하려는 장인정신, 그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의 방향이 함께 깃들어 있다.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주행의 품격을 바꾸고, 그 차이가 결국 자동차의 완성도를 가른다. 도로 위에서 가장 평범한 부품이, 어쩌면 가장 정교한 과학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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