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총 5년간의 제작기간, 175억원 대의 초대형 제작비가 투입되어 지난 2018년 혜성처럼 등장한 뮤지컬 <웃는 남자>. 4개의 뮤지컬 시상식 작품상을 휩쓸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관람하는 사람마다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사랑과 인간존엄을 외치며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작품, 뮤지컬 <웃는 남자>를 알아본다.

■ 뮤지컬 ‘웃는 남자’
기간 : 2025.01.09.~2025.03.09.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배우 : 그윈플렌(박은태, 이석훈, 규현, 도영), 우르수스(서범석, 민영기), 데아(이수빈, 장혜린), 조시아나(김소향, 리사), 데이빗경(박시원, 강태을), 페드로(문성혁), 앤여왕(김영주, 김지선)
줄거리 및 배경 :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괴물로 만들어 귀족들의 놀잇감으로 팔던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 그들에 의해 기이하게 찢어진 입을 갖게 된 어린 그윈플렌은 매서운 눈 폭풍 속에 홀로 버려진다. 살을 에는 추위 속을 헤매던 그윈플렌은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있는 아기 데아를 발견하고 우연히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나 도움을 청한다. 우르수스는 평소 인간을 혐오하지만 두 아이를 거두기로 결심하고 그윈플렌의 기형적인 미소와 눈먼 데아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재로 유랑극단을 꾸린다.
어느덧 성장한 그윈플렌은 기이한 미소 덕분에 유럽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광대가 되고 그의 공연을 본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는 그의 매력에 빠져버린다. 생애 처음으로 여성에게, 그것도 아름다운 조시아나에게 구애를 받은 그윈플렌은 고혹적인 그녀의 유혹에 순수했던 마음이 흔들리고 우르수스와 데아는 그런 그윈플렌 때문에 가슴앓이한다.
그러던 중, 그윈플렌은 ‘눈물의 성’이라 불리우는 악명 높은 감옥으로 끌려가게 되고 감춰져 있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평화롭던 세 사람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이 공연의 좋은 점 : 알고 가면 좋은 점>
1. 압도적인 무대 연출
<웃는 남자>는 예술의전당의 높은 층고와 뒤쪽으로 깊은 무대를 십분 활용하여 시작부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첫 장면은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가 어린 그윈플렌을 항구에 버려두고 출항하며 바다 위를 표류하는 모습을 그리는데, 푸른 천으로 파도를, 번개와 폭풍우를 각종 무대장치로 표현해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으며 무대를 시작한다. 또 무대 전체가 은하수를 담은 것처럼 바뀌거나, 새빨갛게 물들이고 입체적으로 표현한 상원의회 장면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외에도 움직이고 열리는 집, 거인이 잘 법한 거대한 침대, 무대 상부를 수놓는 수많은 등불, 와이어를 활용한 다양한 연출 등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재미와 이해도를 높인다. 그러면서도 등장인물들이 대사를 하거나 넘버를 소화할 땐 주인공들에게 시선이 쏠리게 해 집중도를 높인다.

2. 인간존엄·사랑
극의 주제는 명확하다. ‘웃는 남자’는 찢긴 입으로 살아가지만 순수함과 긍정적인 에너지로 삶을 밀고 나아가는 그윈플렌과 앞을 보지 못하지만 순백의 마음으로 용기를 내며 살아가는 데아의 사랑을 그린다. 아울러 두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정의와 인간성이 결여된 계급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조명한다. 이를 단편적으로 그려내지 않고 각 인물의 서사에 차곡차곡 담아내 후반부에 터뜨려 주니 더 크게 다가온다.

3. 역시 박은태, 노련한 서범석·김소향
필자는 주인공 그윈플렌 역에 박은태 배우가 연기한 회차를 관람했다. 이석훈, 규현도 다회차 공연일만큼 탄탄한 실력과 팬층을 거느리고 있고, 새로이 합류한 맑은 목소리의 NCT 도영이 연기한 ‘도윈플렌’도 궁금했지만, 지난해 뮤지컬 <일 테노레>에서 그에게 흠뻑 빠졌기에 깊은 고민 끝에 결국 다시 박은태의 공연을 택했다.
역시는 역시였다. 미성으로 정평 난 ‘슈퍼스타’ 박은태는 고음역대의 노래들을 섬세하고 구슬프게 표현하였고, 오페라글라스 속 그는 아주 환하게 웃고 서럽게 울며 연기했다. 또 박은태가 2막 후반부에 등장하는 극의 대표 넘버인 ‘그 눈을 떠’(Open Your Eyes)를 부를 땐 관객들 모두가 숨을 죽이며 그의 목소리와 손짓, 표정에 초집중했고, 넘버가 끝나고 우레와 같은 환호성으로 화답해 줄 땐 전율마저 느껴졌다.
여기에 1막 주요 역인 ‘우르수스’의 서범석과 2부의 히어로 ‘조시아나’의 김소향이 노련하고도 든든하게 뽐내주어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둘의 연기와 넘버에서 보이는 관록과 아우라는 관중들을 압도했다. 커튼콜 때도 박은태 못지않게 이 둘에게 가장 많은 박수갈채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결론>
별점
- 스토리 완성도
★★★★★★★★★☆
(두 손 꼭 모으고 보게 만드는 이야기, 그 속에 담긴 매력적인 캐릭터와 서사들)
- 캐릭터 매력도
★★★★★★★★★☆
(보는 내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는 그윈플렌과 데아)
- 몰입도
★★★★★★★★★☆

- 총평
★★★★★★★★★☆
(자랑스레 보여줄 수 있는 ‘한국 창작 뮤지컬’의 현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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