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북한에 이어 우리나라도 ‘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에 첨예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찰위성이란, 대기권 밖의 상공에서 타국의 군사, 정치, 경제에 관한 각종 정보를 수집하는 인공위성을 말한다. 보통 광학 카메라를 비롯해 각종 전자 장비를 싣고, 사진 정찰, 전자 정찰, 해양 정찰 따위의 임무를 수행한다. 

정찰위성 발사 소식은 먼저, 북한으로부터 들려왔다. 지난 11월 21일 밤, 오키나와에 한때 경보가 세차게 울렸다. 북한에서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있는 물체가 발사된 것. 북한 발사체는 1, 2, 3단 추진체로 구성돼 있으며, 3단 추진체 위에는 북한이 군사 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만리경 1호'가 탑재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번 군사 정찰위성 발사는 3차째로, 지난 8월 24일 재발사에 실패한 지 89일 만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31일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을 최초 발사했지만, 2단 로켓 점화에 실패해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으로 추락했다. 이어 8월 24일 2차 발사는 1단부와 페어링(1단과 2단 연결부위)은 북한이 예고한 지역과 엇비슷한 곳에 떨어졌으나, 2단 추진 단계에서 비정상 비행한 끝에 실패로 끝났다.

이후 북한은 11월 22일 0시부터  12월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했으나 앞당겨 21일 밤 '기습 발사'했으며, 결국 '성공'을 선언했다. 북한이 가까스로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그 배경에 러시아의 도움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실제 러시아의 기술 자문 등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군사정찰위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년 전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숙원 사업 중 하나다. 북한 정찰위성의 성능을 당장 구체적으로 파악할 순 없지만, 정상 작동한다면 한국에 군사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북한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m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로세로 3m가 점 하나로 표현된다는 의미로 정찰위성치고는 해상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해상도라도 함정이나 전차, 트럭 등은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군사적 효용성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북한이 추가 발사를 통해 복수의 정찰위성을 운용할 계획이라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 게다가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 발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국제사회의 우려가 크다. 

이를 두고 국제사회의 규탄과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 우선 우리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대응해 '9·19 남북 군사합의' 중 대북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또 한미일과 호주 등 4개국은 지난 11월21일 이뤄진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각각 북한 관련자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한국 정부는 북한의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관계자 4명을 비롯한 11명에 독자 제재를 가했고, 미국은 북한 해킹조직 '김수키'와 강경일, 서명 등 북한 국적자 8명을 제재 대상 리스트(SDN)에 추가했다.

한편, 한국의 첫 군사정찰위성은 지난 2일 새벽 미국 밴덴버그 우주군기지에서 발사돼 우주궤도에 안착했고, 해외 지상국과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를 탑재한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Ⅹ의 발사체 '팰컨9'은 한국시간 2일 오전 3시 19분(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 19분) 캘리포니아 소재 밴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됐다.

정찰위성 1호기는 고도 400∼600㎞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다.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촬영 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하루 수 차례 특정 지점을 방문해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촬영 영상의 해상도는 0.3m급으로 전해졌다.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어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위성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1호기는 앞으로 4∼6개월 동안의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전력화된다. 군 당국은 운용시험평가 기간 정찰위성의 구동 상태를 점검하고 위성이 촬영하는 영상의 초점을 맞추는 검보정 작업을 진행하며 촬영 영상의 품질도 평가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해상도와 EO·IR 동시 운영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정찰위성의 성능은 세계 5위 이내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앞으로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4기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 올려 총 5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의 정찰위성 발사를 두고 북한은 미국이 한국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는 두둔하면서 자국의 정찰 위성 발사는 비판한다며 "이중 기준적 행태"라고 지난 4일 비난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한국은 역내 위험하고 불안정한 활동들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 결의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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