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최근 연합뉴스TV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을지재단 운영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을지재단이 산하 강남을지병원 개원 당시 병원 1층 카페 운영권을 박준영 재단 회장 자녀 4명에게 줬는데, 이때 10대 자녀의 명의까지 동원했다. 이러한 방식을 ‘족벌경영’이라고 부른다.

‘족벌경영’은 혈연으로 이어진 한 개 혹은 여러 가문에 의해 독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영 방식을 가리킨다. 가족 구성원이 기업을 소유하거나 기업의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기업이 가족 구성원의 상호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주로 창업자나 최고경영자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을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시작된다.

현재 논란이 일고 있는 을지재단은 10대 자녀 명의로 재단의 수익을 챙겼다. 지난 26일 학원·의료 업계 등에 따르면 2009년 9월 강남을지병원이 문을 연 뒤 병원 1층에는 한 카페가 생겼다. 카페 대표는 박 회장의 자녀 4명으로, 모두 공동 대표인 부가가치세 일반과세자로 사업자 등록도 마쳤다. 당시 이들은 모두 10대였고, 가장 어린 자녀는 초등학생이었다. 

이 카페는 병원이 개원하고 2년이 지나자 폐업했지만, 재단 일가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녀들을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타인 명의로 사업장을 연 뒤 개·폐업을 반복하면서 증여세 등 세금을 줄이거나 회피하는 것은 탈세 유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을지병원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적자로 2년만에 폐업했다."라며 "탈세를 위한 폐업이라는 문제 제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1일 밝혀왔다. 

알레르망 브랜드를 운영하는 이덕아이앤씨도 족벌경영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덕아이앤씨의 김종운 대표는 1998년 회사 설립 이래 등기이사 자리를 지켰고, 아내 인현숙 씨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은 감사로, 2010년부터 현재까지는 등기이사로 등재되었다. 또 다른 사내이사, 감사 모두 김 대표의 친인척이었다. 

상당수 사립대학에서도 족벌경영이 이뤄지고 있뤄졌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대학교의 경우 김혁종 전 총장 후임에 김 전 총장의 아들인 김동진 교수가 선임되었다. 이에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족벌경영을 규탄한다”라며 “사립대학은 공공자금과 다양한 사회적 기여에 힘입어 존립 가능한 공공기관이지, 결코 특정 가족의 사유물이 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족벌경영 체제로 대학 재단을 운영하며 억대의 교비를 횡령 및 배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학교법인 설립자 측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A사립대 전 총무처장 겸 해당 법인 사무국장의 업무상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등 혐의 항소심에서 B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한편, 외국에서는 족벌경영 자체가 주목받기도 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가족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2005년 6월 전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수 데이비드 랜디스의 저서 ‘기업왕조들’에 따르면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3분의 1이 가족이 지배하거나 창업자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며 유럽연합(EU)에서도 가족기업 비중은 60~90%에 달했다. 족벌경영을 하게 되면, 오너의 주인의식, 과감한 투자, 신속한 의사결정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족벌경영은 무엇보다 ‘투명한 경영’을 하기 어렵다. 이사회가 대주주의 가족과 친인척들로만 구성되어 있으면, 회사자금에 쉽게 손댈 수 있기 때문이다. ‘족벌경영’ 자체가 나쁘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사례가 많아 가족경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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