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지난달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정유정이 항소했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정유정은 타인의 심리 상태에 대한 이해나 공감이 부족하고, 자신과 관련된 사건들에 대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관찰이 결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는 ‘애착이론’에 따른 애착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

‘애착이론’은 영아가 주 양육자와 형성하는 강한 정서적 결속인 애착이 영아의 생존 및 심리, 사회적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또한 ‘애착행동’은 좋아하는 인물에게 다가가거나 접근을 유지하려고 하는 일련의 행동양식이다. 

애착이론은 영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존 볼비(John Bowlby)에 의해 정립되었다. 1907년에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장교로 있으면서 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 볼비는 1920년, 런던의 정신의학 연구기관 타비스톡 클리닉(Tavistock Clinic)의 부원장이 되었고, 1950년에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대형 탁아시설이나 보육원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어떤 심리적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를 위탁받았다.

볼비가 겪은 경험들은 그가 전쟁 중 어머니를 잃어 모성 경험이 결핍된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끔 만들었다. 그는 2차 연구로 4세 전에 부모와 떨어져 결핵요양소에서 약 5개월에서 2년 정도 지낸 7~12세의 아이들을 분석하고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이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자라난 아이들에 비해서 훨씬 거칠고 주도성이 떨어지거나 과도하게 흥분할 때가 많았다. 이 연구는 돌봄으로 만들어지는 애착의 중요성을 입증해 주었다. 

볼비의 관찰에 의하면, 생애 초기에 적절한 돌봄 행동으로 아이가 갖게 되는 안정적 애착(attachment)이 자신과 타인,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내적인 작동모델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 즉, 어린 시절의 작동모델이 성인이 된 다음에도 그 사람의 대인관계에 대한 생각, 느낌, 기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의 동물행동학을 바탕으로 한다. 로렌츠는 인공 부화로 태어난 새끼 오리들이 태어나서 처음 본 대상을 어미처럼 따라다니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각인(imprinting)’이라고 하는데, 볼비는 인간에게도 이와 유사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볼비의 애착이론에서 ‘애착’은 영아기에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형태의 사회적 발달이자, 영아와 양육자 간에 형성되는 친밀한 정서적 결속이다. 유아기에 있는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애착 대상에 다가가며 위안을 얻으려고 한다. 그리고 애착 대상의 존재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며 주위 환경을 탐색하게 되는데, 이는 훗날의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볼비는 아이가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고 싶어 할 때, 양육자가 준비되어 있지 않거나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아이가 ‘부분적 박탈’ 혹은 ‘완전한 박탈’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부분적 박탈의 조짐은 사랑에 대한 과도한 요구, 죄책감이나 우울감이고, 완전한 박탈은 안절부절못하는 초조함이나 어떤 상황에도 반응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박탈경험이 있는 아이가 청소년기나 성인기로 넘어간 후에는 인해 피상적 대인관계, 감각추구, 집중력의 결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니,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건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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