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우리 가볍게 방탈출 갔다가, 영화 보고 평양냉면 먹자” 2인 기준 방탈출 4만원, 영화 3만원, 평양냉면 3만원...그리 특출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하루 데이트에 10만원은 우스워진 물가가 되었다. 여기에 콘서트나 뮤지컬처럼 특별한 여가 생활이라도 즐기려다 보면, 수십만원의 지출이 필요한 ‘펀플에이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펀플레이션이란, 재미(fu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붙여 만든 용어로 공연·여행·외식 등 오락 비용이 치솟는 현상을 의미한다. 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사용하면서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부터 스포츠 경기, 놀이동산 입장료 등 오락 비용이 급등했다”는 기사를 게재하며 ‘펀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식료품 등 필수품 물가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공연·여행·외식 등 오락 비용도 치솟고 있다. 여기에 ‘여가’에 돈을 아끼지 않는 젊은 층의 소비문화도 확산하며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공연예술관람료는 1년 전보다 6.3% 비싸졌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3.8%)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유명 대작 뮤지컬의 경우 객석 최고가는 평균 19만원에 달한다. 원래 상대적으로 고가였던 뮤지컬을 제외하더라도 대중적 여가였던 영화 관람료 역시 2020년 초부터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되어 기본 1만 5000원에서부터 좌석에 따라 2만원을 훌쩍 넘기도 해 부담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뮤지컬과 영화를 예로 들었지만, 펀플레이션 현상은 ‘이때다’ 싶었던 것처럼 다방면에서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래방과 PC방도 1년 새 각각 6.9%, 5.3% 올랐고, 여행지의 숙소, 캠핑 사이트와 장비 등도 꾸준히 올라 수십만원에 무감각해진 요즘이다. 게다가 나름 ‘가성비’로 꼽히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마저 줄줄이 이용료가 오르거나 정책이 개편되었고, 이용 방식도 폐쇄적으로 변경 되면서 소비자의 지갑을 가볍게 하고 있다.

펀플레이션에는 코로나 팬데믹도 큰 영향을 미쳤다. 거리두기 조치가 끝나면서 위축되었던 소비가 증가하는 '보복 소비' 경향이 커졌고, 특히 그 동안 목말랐던 공연과 박람회, 영화관 등 문화 수요가 급상승 이는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 특히 ‘현재를 즐기자’ 경향이 강화되면서 오른 물가에도 소비는 더욱 증가했고, 한동안 견고한 펀플레이션은 지속될 전망이다.

재미와 오락을 위한 여가 비용이 상승하는 ‘펀플레이션’. 고물가와 고금리 등 경제 한파 속에 여가 물가마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제적 자극으로 풀며 악순환의 고리가 연속되는 모양새기 때문이다. 펀플레이션을 비롯한 최신 경제 이상 징후에 대한 근본적 원인 파악과 해소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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