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 바야흐로 AI의 시대가 왔다. 오픈AI사의 ‘챗GPT’를 사용해보면 2014년 개봉했던 <그녀>(Her)에서 주인공 ‘테오도르’가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대화를 나누며 감정을 느끼던 모습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가 되었다는 게 체감된다. 이렇게 빠른 반도체, 컴퓨터 관련 산업의 발전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이 제시한 ‘속도’가 밑바탕 되어왔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풀이하자면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분량이 2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이는 경험적인 관찰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진 법칙이며 ‘인텔’의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에 내놓았다.

이 법칙은 최초에는 1년마다 2배가 될 것으로 예측하여 만든 법칙이지만 1975년 24개월로 수정되었다. 이를 계산해보면 컴퓨터의 성능이 거의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씩 개선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창기, 일각에서는 무어의 법칙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발표 후 30년간 비교적 정확하게 그의 예측이 맞아떨어지면서 오늘날까지 반도체산업의 연구개발(R&D) 계획 수립을 위한 중요한 지침이 되어 왔다. 그의 법칙이 중요한 점은 그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떠나 전문가들이 IT 산업의 성장세를 법칙을 토대로 예상하며 실제 현장에서도 경쟁을 통해 그러한 미래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좁은 면적에서 늘릴 수 있는 용량의 한계에 부딪히자 층을 쌓아 용량을 늘리는 등의 아이디어로 지속해서 칩의 용량을 확장 시켜왔다. 다만 고용량 메모리칩의 수요가 늘어나려면 그만큼 가격도 하락해야 하는데, 반도체 업계는 2년마다 고용량 반도체를 개발해냈을 뿐 아니라, 그만한 용량이 시장에 공급·판매될 수 있도록 가격도 지속적으로 낮췄다. 

실질적으로 핸드폰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고, 내장 카메라의 화소수가 늘어나며 고사양·고용량의 메모리칩 수요가 급증했는데, 고용량 칩을 탑재한 고사양의 핸드폰 가격이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칩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은 것이다. 

결국 IT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와 경제 성장 등이 모두 조화를 이뤄 무어의 법칙이 이어질 수 있어 왔다.

한편, 무어의 법칙에 따른 주기는 1975년부터 2012년 즈음까지는 비교적 안정되게 유지되었다. 그러나 2016년 2월에 반도체 업계가 경제성을 이유로 포기를 선언하며 무어의 법칙이 폐기되게 되었다. 

실제로 당사자인 무어도 2015년 과학기술 분야 잡지인 <IEEE Spectrum(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스펙트럼)>과의 인터뷰에서 “무어의 법칙이 향후 10년 전후로 하여 사라지게 될 것 같다”고 언급하며 마이크로칩 분야의 기술 진보가 정체될 것을 예견한 바 있다.

변화한 시대에 이제 이제 더 이상 크게 통용되진 않지만, 일관된 예측으로 만들어낸 무어의 법칙은 업계의 목표 설정과 연구·개발 노력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어릴 적 사용하던 핸드폰과 MP3부터 이 모든 게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이 나오기까지, 더 나아가 AI가 지금처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 온 데에는 업계의 일선에서 일관된 예측으로 길을 제시했던 무어의 노력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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