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최근 전 여자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 씨와 결혼 예정이라고 밝혔던 전청조 씨의 사기 전과 등이 드러나며 큰 논란이 있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 씨가 자신의 거짓말을 진짜로 믿어버리는 ‘리플리 증후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리플리증후군은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의 주인공 ‘리플리’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작가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1955년에 쓴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톰 리플리가 재벌의 아들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인 뒤 디키 그린리프인 것처럼 삶을 살아간다. 타인의 신분을 빌려 다른 사람을 속이고, 부를 축적해 간다. 

이 소설은 훗날 영화 ‘태양은 가득히’와 영화 ‘리플리’로 제작된다. 1960년 알랭 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는 크게 흥행했고, 이후 정신병리학자들은 ‘리플리 증후군’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영화 ‘리플리’는 ‘태양은 가득히’보다 40년 정도 뒤에 제작되었다. ‘태양은 가득히’보다 주인공의 감정을 더 섬세하게 다루며,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부르는 상황들이 반복된다. 주인공 리플리는 서명 위조, 거짓말, 다른 사람 흉내에 뛰어난 소질이 있었다. 그 재능은 동경하는 사람에 대한 어떤 욕망과 만나면서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신정아 사건’으로 리플리증후군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7년,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 씨의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났고, 이후 미술계와 대학가까지 그 여파가 확산되었다. 신 씨는 캔자스대 서영화과 중퇴임에도 예일 대학교 미술사학 박사를 사칭하고 다녔다. 2011년에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 ‘미스 리플리’가 방영되었다.

작년에는 수지 주연의 웹드라마 ‘안나’가 화제가 되었다. 수지가 연기한 ‘안나’의 주인공 유미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더 나아질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안나’가 대종상 영화 감독상,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주연상 등 각종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원작 소설 ‘친밀한 이방인’도 다시 주목받았다. ‘친밀한 이방인’은 정한아 작가가 2017년 출간한 장편으로 진실이 뒤틀릴 때 사람이 느끼게 되는 고통과 절망 등을 탐구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안나’가 인기를 얻으며 출간 5년 만에 역주행하기도 했다. 

리플리증후군은 누군가를 사칭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꾸준히 언급된다. 거짓말로 범벅된 삶을 살아온 사람은 자신의 거짓을 숨기기 위해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필요에 따라 성별도 다르게 소개하며 살아온 전청조 씨와 관련해서도 추가 피해자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반복되는 거짓말은 자신과 그 주변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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