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영화를 보다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역사나 현실 고증이 잘 된 작품들이 많다. 그러한 작품들은 한 줄의 역사 혹은 기록에서 시작되어 작가나 감독의 상상력이 가미된 ‘팩션’(Faction: Fact + Fiction) 작품일 확률이 높다. 실화인 듯 실화가 아닌 영화들엔 무엇이 있을까?

<광해, 왕이 된 남자>

조선시대 광해군의 삶을 바탕으로 한 역사 영화다. 광해군 8년에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15일간의 빈 시간을 가상으로 채운 팩션 영화다.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하층민을 찾아 대역을 세우는 광해군의 이야기다. 15일간의 역사적 공백 기간을 상상력으로 채워놓은 영화로, 영화의 설정이 광해군의 성격과 행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재미를 제공하면서도 역사적인 배경과 충돌하지 않았다. 그래서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 이병헌, 류승룡, 한효주 등의 배우들의 열연으로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올빼미>

인조반정으로 선대 왕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앉게 된 인조의 이야기다. 인조는 정묘호란과 치욕스러운 삼궤구고두례를 겪고, 왕세자인 소현세자를 청나라에 볼모로 보내게 된다. 이후 소현세자는 8년 만에 귀국했는데,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인조는 불안한 나머지 소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실제로 인조실록에 의하면 소현세자는 귀국 후 3달이 못 되어 학질로 돌연 사망했는데, 지병 악화로 인한 사망의 가능성도 있지만, 독살이라는 의견이 있고 이를 영화화한 것이 바로 ‘올빼미’다. 

마찬가지로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을 그대로 가져와 영화화했기에 단순히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또 실제로 소현세자의 여러 사인으로 의심되는 것 중 독살이 있고, 맹인이라는 주인공 설정까지 관객들을 몰입시키기에 차고 넘치는 영화다.

<고지전>

6·25 전쟁을 배경으로 휴전 협정이 막바지에 이를 무렵 ‘가상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남과 북의 군사적 대치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역사를 왜곡한 부분이 있어 비판받았다. 실제로 있던 ‘포항 철수작전’을 묘사했는데, 이는 낙오자 없이 민간인까지 태워 나온 성공적인 작전이었다. 하지만 상륙정의 승선 인원이 초과하자 같은 부대원을 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사실상 실패한 작전으로 왜곡 묘사해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한국전쟁 초기나 인천상륙작전을 위주로 그리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전쟁 후반기를 보여준 점에선 신선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독일이 무차별적으로 유대인을 학살하던 2차 세계 대전 시기, 나치의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태에 분개한 유대인 출신 미군 알도 레인 중위(브래드 피트 분)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아 복수극을 하는 내용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나치에 숨어든 유대인, 미국 스파이 등의 정체를 캐내기 위해 등장인물 간 설전이 이어진다. 언어나 문화 등이 정체 은닉의 핵심이기에 배우들도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현지 배우들로 캐스팅했다. 영화에서 나치는 철저하게 농락당하지만, 연합군 측이 완전무결하게 그려지지는 않으며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그려내 팩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일반 범죄영화나 판타지 영화 등에서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허구적인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 사건은 그 내용이 단조롭거나, 인물의 심리와 행동 등을 각색하여 묘사하면 더 몰입하고 스릴과 긴장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팩션 영화, 대체 역사물로도 표현되는 작품들에선 실제 역사나 사실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면 관객들의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실만으로는 내용이 채워지지 않아 허구적인 요소를 추가해야 하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허구적인 요소와 역사적인 사실이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역사 혹은 공백의 기간을 영화로 풀어낸 작품들은 역사적 배경을 설명할 필요가 덜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