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오늘(20일)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개혁신당과 통합 선언 11일 만에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개혁신당의 총선 지휘권을 놓고 다퉈 온 이준석 공동대표와 끝내 결별을 택한 것이다. 2024년 2월 20일 뜨거운 이슈 <지금까지 이낙연의 행보와 개혁신당의 전망>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지난달 11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 및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 전 대표는 그전까지 당 쇄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이재명 대표 사퇴와 통합형 비상대책위원회로 지도체제 전환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30일,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이 대표가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자 “제 갈 길을 가겠다”며 사실상 탈당 방침을 굳혔다.

지난달 10일에는 비명계(비이재명) 모임 ‘원칙과 상식’ 4인방 중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이 민주당 탈당을 결행하며 모든 세력과 연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원칙과 상식’ 4인방 중에서는 윤영찬 의원만 홀로 당 잔류를 선택했다.

결별 선언하는 이낙연 [사진/연합뉴스]
결별 선언하는 이낙연 [사진/연합뉴스]

# 당황한 민주당
이들의 탈당이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였다고 해도, 현실화하자 당내는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당 지도부와 동료 의원들은 지난달 10일 아침까지도 탈당파 3인방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의 시차를 두고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지낸 이 전 대표까지 탈당을 공식화하자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맞대결 총선 지형에 균열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었다.

# 제3지대 신당 창당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한 이 전 대표는 전날 탈당을 선언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모임이었던 ‘원칙과 상식’과 힘을 합치겠다며 청년과 전문직의 참여를 당부했다. 국민의힘을 탈당해 제3지대 신당 창당에 나선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과 연대할 가능성을 묻는 말에 이 전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협력할 용의가 있고, 협력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답변하기도 했다.

당시 이 위원장 외에도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 ‘제3지대 빅텐트론’의 파트너로 거론되는 정치인과 가치 지향이 달라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공통점을 찾아 추구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준석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사진/연합뉴스]

# 신당 ‘새로운 미래’와 ‘미래대연합’
지난달 12일, 이 전 대표는 신당의 가칭을 공개하며 16일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새로운 미래’를, 탈당 3인방은 ‘미래대연합’ 창당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며,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과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 새로운선택 금태섭 대표 등과 ‘제3지대 빅텐트’ 추진 논의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 한국의희망 양 대표, 새로운선택 금 대표 등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그리고 이 전 대표가 이끄는 신당 추진 세력인 ‘새로운미래’와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인 ‘미래대연합’은 ‘공동 창당’에 합의했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그러면서 거대 양당을 벗어난 정치권 인사들이 총선을 앞두고 ‘빅텐트’를 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 합심한 민주 탈당파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각자 창당을 준비하던 이낙연 전 대표와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은 힘을 합쳐 ‘새로운미래’를 창당했다. 이들은 당초 통합 신당의 가칭 당명을 ‘개혁미래당’으로 정했으나, 당원 및 지지자 공모 결과 가장 선호도가 높은 ‘새로운미래’로 결정했다. 당 대표는 새로운미래 인재위원장인 이 전 대표와 미래대연합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이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다만 미래대연합 주축 3인방인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가운데 2명(이원욱·조응천 의원)이 막판 공동 창당을 거부해 ‘반쪽 창당’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미래대연합 이원욱·조응천 의원은 공동 창당대회가 진행되는 도중 입장문을 내고 “더 큰 통합을 위해 오늘 합당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빅텐트’ 논의 주체는 당초 5개였다. 그러나 ‘새로운미래’ 출범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와 한국의희망 양향자 대표의 ‘개혁신당’ 합당으로, 제3지대 빅텐트 논의는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을 비롯한 3개로 압축됐다.​

이원욱, 조응천 [사진/연합뉴스]
이원욱, 조응천 [사진/연합뉴스]

# 제3지대 전격 통합 선언
제3지대 정당과 신당 추진 세력들은 설 연휴 첫날인 9일 통합을 전격 발표했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과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은 이날 ‘한 배’를 타고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들의 협상 과정에서 막판까지 쟁점이 된 것은 당명과 지도체제였다. 결국 이낙연 대표의 양보로, 통합 정당 이름은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 이름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으로 결론 났다. 지도체제는 이준석 대표와 이낙연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각 세력이 1명씩 최고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

# 개혁신당 통합의 여파
개혁신당으로 제3지대 세력이 뭉치면서, 합당에 반대하는 기존 당원들의 탈당 흐름이 한동안 이어졌다. 합당 이후 개혁신당 홈페이지에는 탈당 문의와 조속한 탈당 처리를 요구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새로운선택 소속인 류호정 전 의원과의 통합에도 반발하는 의견이 온라인 게시판에 다수 제기됐다. 이에 이준석 공동대표가 해명과 사과를 했음에도 일부 당원들의 반발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제3지대 4개 세력, 합당 합의 [사진/연합뉴스]
제3지대 4개 세력, 합당 합의 [사진/연합뉴스]

# 통합 1주 만에 생긴 갈등
제3지대가 개혁신당으로 통합된 지 일주일 만에 당내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통합 개혁신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존 개혁신당을 창당했던 이준석 대표는 새로운미래 출신의 이낙연 공동대표 측에 세 가지 제안을 했으나 이낙연 대표 측이 2개를 반대해 갈등이 불거졌다. 양측은 선거 정책 지휘권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입당 및 공천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지난 19일에는 이낙연 측의 반발에도 개혁신당이 4·10총선 선거운동 지휘를 이준석 공동대표에 맡기기로 했다. 이날 이낙연 공동대표와 김종민 최고위원은 권한 위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힌 뒤 회의장을 먼저 떠났고, 해당 안건은 이준석 공동대표, 양향자 원내대표, 조응천 최고위원, 금태섭 최고위원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이와 함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준석과 이낙연 [사진/연합뉴스]
이준석과 이낙연 [사진/연합뉴스]

# 이낙연의 합당 철회
결국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는 오늘(20일) 합당 철회를 선언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날 같은 새로운미래 출신 김종민 최고위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낙연 공동대표는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 등록을 공고한 ‘새로운미래’의 대표를 맡아 ‘이낙연계’를 이끌고 총선을 치르게 됐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에서 현역 의원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과의 접촉도 모색할 방침이다.

# 이준석의 입장 발표
이낙연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에서 통합 철회를 선언한 지 한 시간 만에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만큼은 앞으로의 호언장담보다는 국민에게 겸허한 성찰의 말씀을 올린다”며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에 합류한 나머지 여러 구성원은 우리와 뜻을 같이한다”고 전하며 새로운미래를 제외한 금태섭 대표의 새로운선택,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원칙과상식과의 통합 유지를 다시 확인시켰다.

통합 개혁신당이 출항 초반에 좌초함에 따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양당에서 맞서 3자 구도를 만들겠다는 제3지대의 총선 전략에도 차질이 생겼다. 이번 사태에는 선거 지휘권이 결별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도부 지역구 출마, 공관위원장과 당직 인선, 정책 공약 발표 등의 문제를 두고 이준석계와 이낙연계가 사사건건 부딪치며 갈등의 불씨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신당을 창당하며 거대 양당의 구태정치를 타파하겠다고 외쳐 왔다. 그러나 개혁신당에서 보인 갈등의 양상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이러한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거대 양당에서 이탈한 세력들이 뭉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체성과 노선을 더욱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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