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오늘(27일)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힘은 총선 선거구 획정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지역구에 대해서는 획정안이 확정된 후 경선을 치르겠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여야 협상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다. 2024년 2월 27일 뜨거운 이슈 <여야의 선거구 획정 협상, 현 진행 상황>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 선거구 획정
선거구를 어떻게 나누는지에 따라 같은 의견 분포를 보여도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된다. 그래서 선거구 획정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지역 내에서도 정치적 의견은 갈리기에 선거구를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이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획정위)가 존재한다.

총선 모의개표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획정위의 종로·중구 통합안
획정위는 지난해 12월 초 ‘서울 종로구’와 ‘중구성동구갑·을’을 ‘종로구중구’, ‘성동구갑·을’로 구역조정 하는 안을 포함한 제22대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는 종로구와 중구 모두 인구수가 줄어 합쳐도 선거구별 인구 기준 상한에 미달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20대 총선 때 여야는 중구에 성동구 일부 동(옥수, 금호)을 갖다 붙인 ‘중구성동구을’ 선거구를 만들었다. 성동구의 나머지 동네는 중구 주민이 없는데도 ‘중구성동구갑’이란 선거구에 속해 적잖은 혼란을 일으켰다. 획정위는 이를 고려해 ‘종로·중구’ 통합안과 ‘성동구 갑·을’ 개편안을 내놓은 것이다.

종로와 중구 문제에 있어서는 여야 모두 획정위의 권고안을 거부하며 간만에 합의를 이루었다. 국민의힘은 여당 현역 의원이 있는 종로구에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 있는 중구가 붙으면 여당이 불리해지고, 민주당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성동구가 갑, 을로 쪼개지면 자당이 불리해질 수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선거구를 그대로 두는 게 서로 유리하다는 셈법이 맞아떨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회 금배지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여야의 물밑 협상
여야는 그간 ‘서울 종로구와 중·성동갑, 중·성동을로 나눠진 현행 지역구 유지’를 비롯해 ‘강원도는 춘천을 비롯한 8개 선거구 현행 유지’, ‘경기 양주는 동두천·연천에 붙이면서 갑·을로 나누기’, ‘전남 순천·광양 현행 유지’ 등 4가지 특례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져 여야는 공전을 되풀이해야 했다. 이에 선거일 39일 전에야 획정이 이뤄졌던 직전 21대 총선 못지않은 늑장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여야 모두 총선 41일 전인 29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으나, 아직 의견 타협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최대 쟁점 ‘전북 의석’
여야의 협상은 여야 원내지도부와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들은 선거구획정위가 제안한 지역별 의원 정수와 관련해 전북에서 1석을 줄이는 문제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전체 결렬 위기를 맞았다.

앞서 말한 획정위의 획정안에는 서울과 전북에서 각 1석이 줄고, 인천·경기에서 각 1석이 늘어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텃밭’ 전북에서 1석을 줄이는 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며 부산을 1석 줄이자고 했고, 여당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최종 방침을 여당에 전달했다.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여당의 반발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야당의 책임 방기”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협상 과정에서 여야 간에 잠정 합의했던 서울·경기·강원·전남 4개 지역에 대한 특례안은 약속한 대로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인구수에 따라 획정위가 조정한 지역별 국회의원 정수를 여야가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며 민주당 요구에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개특위 간사가 ‘국회의원 정수, 지역구, 경계 조정 모든 것을 선관위 원안대로 하자’는 게 민주당 입장이라고 우리 당에 통보했다”며 “앞서 민주당이 전북 대신 부산 의석수를 하나 줄이자는 제안이 왔는데 저희가 그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당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가 돼서 특례구역 4곳을 지정하는 안을 선관위에 통보한 내용이 있는데, 이미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된 특례구역 조정과 관련된 것이라도 여야 간 합의를 통해 선관위 안을 조금 수정하자고 협상해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윤재옥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합의 파기되면?
만일 민주당의 요구대로 획정위 원안을 처리하면 여야가 잠정 합의해 놓은 서울·경기·강원·전남 4개 지역의 구역조정 방안도 도로 백지화된다. 그러면 강원도에는 서울 면적의 8배에 달하는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선거구가, 경기 북부에는 서울 면적의 4배에 달하는 ‘포천·연천·가평’ 선거구가 각각 생긴다. 국민의 힘은 기형적인 ‘공룡 선거구’가 탄생한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각 지역의 입장
김진태 강원지사는 6개 시군을 묶는 ‘공룡 선거구’가 생겨나는 데 대해 “강원도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도내 의석수가 하나 더 늘어나야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 비례대표 1석을 줄여 강원에 1석을 늘리는 것도 방안”이라고 했다.

전북이 지역구인 민주당 소속 의원 8명은 지난 2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획정위 원안대로면 전북 의석이 10석에서 9석으로 줄어드는 것과 관련, “인구 대표성, 지역 대표성 등 선거구 획정의 기본 원칙과 기준을 무시한 졸속 조정”이라며 10석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태 강원지사 [사진/강원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진태 강원지사 [사진/강원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정개특위 전체회의
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획정안을 수정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면 어제(26일) 오후까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의결한 뒤 획정위로 넘겨줘야 했다. 하지만 정개특위 회의는 이날 오후 5시가 넘은 시각에도 열리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여당의 입장 변화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본회의 전날인 28일 정개특위를 열어 원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국회 정치개혁특위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앞으로의 전망
정개특위 전체회의 의결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4·10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은 작년 12월 5일 획정위가 국회에 보내온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다. 21대 총선에 적용된 현행 선거구 일부는 위헌 결정이 난 터라 어떻게든 재획정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인 만큼, 결국 여야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위헌 요소를 제거한 획정위 원안을 의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야가 의석수가 감소하는 전북 지역의 반발, 기형적 형태의 ‘공룡 선거구’가 탄생하는 강원도의 비판 여론 등을 감안해 협상 기간을 연장한 뒤 3월 임시국회에서 ‘원포인트’ 본회의를 소집해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여야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국힘의 타협안
오늘(27일) 국민의힘은 전북의 지역구 의석수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수를 47석에서 46석으로 1석 줄이는 안을 더불어민주당에 공식 제안했다.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중진 회의 및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비례대표 의석 1석까지도 양보할 뜻이 있음을 민주당에 이미 통보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민주당 입장을 감안해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지만 선거구 획정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러한 여야의 협상 대치로 인해 선거구 획정 지연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유권자와 예비후보자 모두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다. 최악의 늑장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여야가 조속히 선거구 획정을 마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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