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1948년 1월 16일,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가 공연되었다. 이 공연은 우리나라 오페라 사에서 한국 최초의 오페라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 테너 이인선(1907~1960)이 있었다.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꿈에 도전한 인물 ‘이인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일 테노레>를 알아본다.
■ 뮤지컬 <일 테노레(IL TENORE)>
기간 : 2023.12.19.~2024.02.25.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배우 : 윤이선(홍광호, 박은태, 서경수), 서진연(김지현, 박지연, 홍지희), 이수한(전재홍, 신성민), 최철(최호중), 베커 여사(아드리아나 토메우, 브룩 프린스) 등
줄거리 및 배경 : 1930년,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항일운동 모임 ‘문학회’ 멤버들은 점점 심해지는 총독부의 검열을 피할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던 중 이탈리아 오페라 ‘I Sognatori - 꿈꾸는 자들’을 접한다. 이 오페라는 침략에 맞서 싸우는 베네치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만나 함께 오페라를 준비하게 된다.
특별한 목소리를 지닌 의대생 윤이선은 학업을 포기하고 오페라에 전념한다. 그 옆에서는 사람들을 이끄는 연출가 서진연과 독립운동을 위해 힘쓰는 무대디자이너 이수한이 돕는다. 그렇지만 열정만으로 많은 변수와 예상치 못한 충돌을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여러 사람의 꿈이 한 데 모인 오페라 공연, 그리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까.
<이 공연의 좋은 점 : 알고 가면 좋은 점>
1. 뮤지컬 속의 뮤지컬
오페라 ‘I Sognatori - 꿈꾸는 자들’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장애물이 계속 나타난다. 높은 완성도를 내기 위해 모두가 힘써보아도 처음이라 부족한 부분이 많다. 처음 신는 높은 구두로 휘청거리는 배우, 위태로운 무대장치, 이 모든 것으로 인해 무너지는 사람들의 자신감. 그 과정을 보면서 <일 테노레>를 보는 관객들은 오페라가 무사히 성공할 수 있길 응원하게 된다.
처음 만드는 오페라의 미숙함은 <일 테노레>의 자연스러운 무대 연출과 더욱 대비된다. ‘문학회’ 멤버들이 모여서 작전을 짤 때, 벽에 붙어 있는 옛날 포스터들과 칠판을 채운 손 글씨들은 극의 시대적 배경에 더 몰입하게끔 만든다. 오디션장에 거꾸로 쓰인 ‘골드-레코-드’ 현수막 글씨를 보는 재미도 있다.
2. 홍광호의 완급조절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 처음 모습을 보인 홍광호의 윤이선은 소심하고 작은 목소리로 겨우 노래한다. 생각해 둔 말 한마디도 잘 말하기 어려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기 일쑤다. 그런 윤이선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고 난 뒤에는 폭발적인 성량을 자랑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성장한 그는 어느새 주변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존재가 되었다. 윤이선의 이 모든 것은 작고 섬세한 목소리도, 크고 우렁찬 목소리도 자유자재로 내는 홍광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3. 스며들어 있는 ‘로맨스’
독립을 염원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비장한 각오로 나아가는 이들 사이에서도 로맨스는 피어난다. 누군가는 짝사랑을, 누군가는 첫사랑을, 누군가는 사랑싸움을, 할 게 산더미인 와중에도 커지는 마음으로 인해 조용히 가슴 아파한다.
곳곳에 있는 로맨스는 아름다운 선율의 오페라와 만나 일제강점기라는 시기의 아픔과 슬픔을 중화시켜 준다. 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법한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언젠가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결론>
별점
- 스토리 완성도
★★★★★★★★☆☆
(오페라로 비극의 역사를 무겁지 않게)
- 캐릭터 매력도
★★★★★★★★★☆
(같은 곳을 바라보는 듯하면서도 다른 시선의 우리)
- 몰입도
★★★★★★★★☆☆
- 총평
★★★★★★★★★☆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을 위한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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