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지역을 넘어 전 세계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사람들. 그런 역량을 갖춘 인재이자 국가나 기업을 ‘글로벌 리더’라고 부른다. 역사 속 그리고 현재의 시대를 이끌고 존경받는 사람들은 누가 있을까. 그들의 삶의 기록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최근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 <괴물>로 돌아왔다. 영화는 칸 영화제 각본상을 받았고 관객들로부터 호평도 이어지는 가운데, 故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감독을 맡고 올해 3월 세상을 떠나 그의 유작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오늘 ‘글로벌★피플’은 일본의 영화음악계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다.

사카모토의 생애

사카모토 류이치[사진/사카모토 류이치 인스타그램]
사카모토 류이치[사진/사카모토 류이치 인스타그램]

1952년 편집자 아버지와 모자 디자이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어릴 적 학교법인 유아생활단에서 만들었던 ‘토끼의 노래’라는 곡을 처음으로 작곡했다. 10살 무렵부터는 도쿄 예술대학의 마쓰모토 다미노스케에게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찌감치 작곡 등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도쿄 예술대학에 입학했다. 1974년 도쿄 예술대학 음악학부 작곡과를 나와 1976년 동 대학원 음향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MO)

YMO[사진/flickr]
YMO[사진/flickr]

데뷔 전엔 여러 아티스트들의 세션으로만 활동했다. 그러다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유명세를 쌓고 있던 호소노 하루오미, 다카하시 유키히로 등과 알게 되었다. 그들과 친하게 어울리며 우연히 함께 음악을 만들게 됐는데, 그렇게 1978년 ‘Yellow Magic Orchestra(YMO)’가 결성됐다. YMO는 1979년부터 1980년 사이에 2번의 월드 투어를 했을 정도로 당시 일본에선 공전의 히트 밴드였다. 현재도 자국 내에서 올타임 넘버원 수준의 국민 밴드의 위상을 갖고 있다.

YMO는 1980년대 버블 경제 최전성기의 경제 상황에 양질의 신시사이저를 만들어냈던 일본 악기 업계의 융성과 함께 성장했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많은 신시사이저와 함께 무대에 선 이들은 팝과 로큰롤 장르에 클래식과 현대음악 요소를 가미하는 등 이들만의 감각을 살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확보했고, 팝 음악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당시 신스팝,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가들은 대부분 YMO의 음악을 카피했다고도 전해진다.

영화 <마지막 황제>, 일본인 최초 골든 글로브

영화 '마지막 황제' 공식 포스터
영화 '마지막 황제' 공식 포스터

사카모토는 영화에도 종종 출연했다. 처음으로 1983년에 개봉한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 요노이 대위 역으로 출연했는데, 출연 조건으로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 출품되며 세계적인 영화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만나게 됐다.

앞서 만났던 베르나르도 감독의 <마지막 황제>가 1988년 개봉했다.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이자 후에 만주국 황제로 즉위한 푸이의 생애를 그린 영화로, 중국 영국 합작 영화다. 1988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의 상을 휩쓸었으며, 중국 당국이 자금성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것을 허락한 최초의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에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 프로듀서로 참여하며 아시아인 최초로 ‘골든 글로브 작곡상’을 받았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다양한 작품 활동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983년 YMO를 탈퇴한 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시작으로 영화음악에 본격적으로 몸담았다. 이후 <마지막 황제>로 단숨에 최정상에 올랐고, 1990년 <마지막 사랑>과 1993년 <리틀 붓다>로 영국 아카데미상까지 받았다. 2015년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로 골든 글로브 상과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2017년에는 한국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 감독을 맡아 각종 국내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또 마돈나의 뮤직비디오와 몇 편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했고, 패션모델로도 활동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 반경을 보였다.

사회 활동
환경과 사회 문제 등에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해당 지역을 찾아 음악회를 열어 위로했고, 2015년엔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추진한 안보법안 반대 집회에 직접 참석해 발언하기도 했다. 한때는 채식주의자의 삶을 살기도 했다고 한다.

‘교수’라는 애칭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포스터[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포스터[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카모토는 ‘교수’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다. 이 별명은 ‘음악 이론에 대해 너무 까다롭다’라는 이유로 음악 프로듀서 다카하시 유키히로가 붙인 것이다. 실제로 교수는 아니지만 모교이던 도쿄 예술대학에서 객원교수로도 활동한 바 있다.

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콘서트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오퍼스’가 오늘(27일) 개봉했다. 영화엔 생전 투병 생활로 오랫동안 라이브 공연을 하지 못했던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선보인 마지막 콘서트를 담았다고 한다. 특히 밴드 YMO에서 참여한 음악부터 마지막 정규 앨범 ‘12’의 수록곡까지 그의 인생을 아우르는 20여 곡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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