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일본의 거장이지만, 일본 영화로는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이 잔잔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괴물'은 개봉 첫 주 누적 관객 수 11만 7,803명을 기록했다.

'괴물'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2018) 이후 고레에다 감독이 5년 만에 연출한 일본 작품이다. 그는 그간 프랑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019), 한국 영화 '브로커'(2022)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난 바 있다.

화상 기자간담회하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상 기자간담회하는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국내에서 ‘브로커’라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국내에서 기록한 최고 흥행 성적이 바로 2022년 개봉한 '브로커'로, 당시 12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일본 영화가 아닌 CJ ENM이 투자, 배급한 ‘한국 영화’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연출한 일본 영화 최고 흥행작은 2013년 개봉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당시 최종 관객 수 12만 8,012명을 기록했다. 그런 그가 일본 영화로 선보인 '괴물'은 이번 주 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흥행 기록을 역전할 것으로 보여 한국 내 최고의 흥행 성적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라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괴물’이 호평 속에 잔잔한 흥행기록을 수립하는 힘은 무엇일까? 우선 이 영화는 일본의 작은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 미나토(구로카와 소야 분)와 요리(히이라기 히나타)가 겪는 이야기로, 몰라보게 바뀌는 아들 미나토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 담임선생과 교장선생 등을 만나며 등장인물 모두가 감정의 늪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괴물' 속 한 장면. '요리(좌측)'와 '미나토(우측)'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괴물' 속 한 장면. '요리(좌측)'와 '미나토(우측)'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1∼3장으로 구성됐는데, 미나토의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1장에서 관객은 누가 ‘괴물’인가에 대한 탐색전이 펼쳐지고, 담임 교사인 호리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2장에서는 등장인물은 물론 관객마저도 모두 종잡을 수 없는 의문투성이가 되어 버린다. 그리곤 마침내 미나토와 요리의 시선에 집중되는 3장에 이르러서 실마리가 풀리며 ‘괴물’을 열심히 찾았던 관객을 머쓱하게 만든다.

고레에다 감독은 데뷔작 '환상의 빛'(1995)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신이 직접 쓴 각본을 바탕으로 영화를 연출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사카모토 각본가로부터 '괴물' 시나리오를 건네받고 2018년 말부터 3년간 함께 각색 작업을 거친 후 영화를 완성했는데, 이 작품은 앞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을 만큼 완성도도 높았고 기대도 컸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교육’에 대한 고민이 커진 요즘 특히 ‘누구 탓인가’ 괴물을 찾는 사회 분위기 상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는 공감을 사고 있다. 영화 ‘괴물’은 교사, 학부모, 아이 중 어느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진실을 짚어가는 흐름을 담아내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영화 '괴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괴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고레에다 감독의 신작 ‘괴물’은 아역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2005),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을 통해 걸출한 아역 배우들을 발굴한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두 소년을 연기한 구로카와와 히이라기 역시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배역을 따냈고 훌륭한 연기를 펼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특히 고레에다 감독은 "'괴물' 아역 배우들은 다른 아이들과 아주 달랐다"면서 "캐릭터에 대한 질문도 거의 안 했고, 대본도 한 번 읽고 모두 외웠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아역 연기자였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의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연출력, 사카모토 유지 각본가와 故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감독의 완벽한 작업으로 탄생한 '괴물'. 칸 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물론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으며 잔잔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어 그의 필모그래피에 큰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교권과 아동학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우리 사회에 고레에다가 던지는 메시지는 잔잔한 파동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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