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때는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마르셀 프루스트

이 문장은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시작을 알리는 문장이자, 영화의 모티브가 된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대목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역작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소설 중 하나로 집필에만 14년, 총 4,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서는 작가 프루스트의 인생관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영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 대해 알아보자.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영화정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Attila Marcel, 2014)
코미디, 드라마 // 2014. 07. 24 // 프랑스
감독 – 실뱅 쇼메
배우 – 귀욤 고익스(폴/아틸라 마르셀 역), 앤 르니(마담 프루스트 역)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잊고 있던 기억 속으로>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말을 잃은 폴. 그런 그가 안쓰러워서인지 폴의 이모들은 그를 끔찍이 아낀다. 30대 폴은 두 이모가 운영하는 댄스 학원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지낸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키우고자 했지만, 그는 공허한 눈으로 댄스 반주를 연주할 뿐이다.

그런 폴의 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슈케트(프랑스 간식) 먹기다. 피아노를 치다가 중간에 슈케트를 집어 먹는 게 그의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슈케트가 떨어져 사러 나가던 중 우연히 건물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는 마담 프루스트가 키우는 온갖 작물들과 눈부신 햇살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마담 프루스트는 폴에게 작물로 우려낸 차와 마들렌을 내어 준다. 그리고 차와 마들렌을 먹은 폴은 과거의 기억과 상처들을 떠올린다. 항상 반복되는 일상만을 살아왔던 폴에게는 어떤 과거가 있었을까.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하고 싶은 이야기>
- 다채로운 색감과 음악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포스터만 보아도 다양한 색깔들이 한눈에 보인다. 영화 속에서 폴은 아파트 바닥을 가득 채운 마담 프루스트의 초록빛 작물들 사이에서 과거로 향하고, 기억 속 여러 소리를 따라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르게 내리쬐는 햇빛의 각도,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나오는 음악들은 보는 사람도 함께 기억에 잠기게 만든다. 다채로운 색감과 음악,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 프루스트 현상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과거가 떠오르는 경험. 이러한 일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는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데서 유래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속 폴 역시 차와 마들렌, 음악 등 감각적 요소들을 통해 과거를 회상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자신에게 ‘마들렌’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스틸컷

폴은 과거를 더듬어 가다가 행복한 순간을 마주하기도,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순간을 마주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잊고 있는 기억 하나쯤은 있다. 그 기억은 추억일 수도, 어쩌면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너무 소중해서, 혹은 너무 싫어서, 아니면 큰 이유는 없이 자신의 안쪽 깊숙이 넣어둔 것.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보면서 기억의 조각을 꺼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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