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ㅣ가족과 함께 할 때, 혼자서 울고 싶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로맨스를 한껏 더 즐기고 싶을 때, 당신은 어떤 영화를 선택하나요? 많은 영화들 속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당신에게 무비레시피가 영화를 추천, 요리합니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을까. 누군가를 처음 사랑했을 때의 뇌와 시간이 흐른 뒤의 뇌는 다르다는 몇 가지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은 이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뒷전이고, 행복한 시간이 영원할 것이라는 기대로 들떠있다. 2015년,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된 키누와 무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한눈에 상대에게 반해 세상에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현실적이어서 더 가슴 시린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에 대해 알아보자.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영화정보>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We Made a Beautiful Bouquet, 2021)
멜로, 로맨스 // 2021. 07. 14 // 일본
감독 – 도이 노부히로
배우 – 아리무라 카스미(하치야 키누 역), 스다 마사키(야마네 무기 역)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의 연애>
어느 날, 일상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며 지내던 대학생 키누와 무기는 같은 막차를 놓치게 된다. 막차를 놓친 다른 이들과 함께 있다가 서로의 관심사가 같다는 걸 깨닫고,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영화, 책, 전시 취향은 물론 신발까지 같았다. 고백할 타이밍을 고민하던 둘은 금세 연인 사이가 된다.

그렇게 키누는 3일을 연달아 무기의 집에서 지낸다.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다 4일째 되는 날 아르바이트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보았던 ‘연애생존율’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가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그 블로거는 늘 같은 주제로 글을 썼다. ‘시작이란 건 끝의 시작. 만남은 항상 이별을 내재하고 있고 연애는 파티처럼 언젠가는 끝난다.’

이때 ‘우리들의 파티는 지금 가장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을 뿐이다.’라고 생각했던 키누. 동거까지 하며 지내던 키누와 무기는 2017년이 되자 각자의 삶에 변화가 생긴다. 더 이상 그림으로 생계를 책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 무기는 취직하며 취미생활을 점점 잊어갔다. 반면, 키누는 여전히 좋아하는 책과 영화를 놓지 않았다. 뜨겁게 시작한 둘이지만 어느새 대화다운 대화를 한 지 오래다. 또 2년이 지난 2019년, 결국 키누와 무기는 서로에게 이별을 말하기로 결심한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하고 싶은 이야기>
- 닮았지만, 또 너무 다른 둘

영화 초반, 키누와 무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닮은 취향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상대가 말을 꺼내는 족족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었고, 며칠을 붙어 있어도 시간 가는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영화의 중후반부로 갈수록 둘은 ‘완전히’ 달라져 갔다. 이는 일을 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키누와 ‘일은 일이다’는 생각을 가진 무기가 대조되는 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자의 길로 향해 가는 둘을 보면, 한때는 ‘키누’였고, 한때는 ‘무기’였던 스스로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 ‘꽃다발 같은’ 사랑
활짝 핀 꽃들을 한데 모아둔 꽃다발은 잘 관리하기 어렵다. 대부분 점점 시들다가, 결국 버려진다. 하지만 꽃다발을 선물하거나 받을 때, 시든 꽃다발을 미리 상상하진 않는다. 그냥 두고 지내다 보면 어느새 시들어있을 뿐이다. 다소 아쉬워도, 시든 꽃다발을 굳이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기에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꽃다발을 정리하게 된다.

키누와 무기의 연애는 딱 이런 보통의 꽃다발 같다. 분명 활짝 피어있었는데, 어느 순간 꺼내 보니 시들어있었다. 둘 중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시들게 된 그 과정은 아주 담담하게 묘사되었다.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스틸컷

영화 속에 나오는 블로거는 뒤이어 이런 말도 남겼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좋아하는 것을 가져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수다를 떨면서 그 애달픔을 즐길 수밖에 없다.’ 애달픈 사랑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키누와 무기의 평범할 수도 있는 사랑 이야기는 복합적이고도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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