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원하지 않는 임신을 피하기 위해서는 ‘피임’이 필수다. 기구나 약품을 이용하거나 정관수술, 월경주기 계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임할 수 있다. 오늘은 다양한 피임 방법 중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불리는 ‘피임약’의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보자.

피임약은 6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 피임약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거릿 생어(Margaret Sanger)는 그의 어머니가 50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11명의 자식을 낳고 7명을 유산하는 모습을 보며 산아제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그의 노력으로 국제 산아제한 연맹이 조직되었고 이상적인 피임법 개발이 시작되며 1960년 미국의 제약회사 시얼(Searle)이 공식 승인을 받아 최초의 경구피임약 ‘에노비드(Enovid)’를 출시했다.

이후로도 피임약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피임약의 주성분은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인데, 둘 다 여성 호르몬으로 체내 농도가 높아지면 난자의 성장과 배란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중 프로게스테론은 4세대까지 있는데,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피임약은 2세대 혹은 3세대다.

먼저 1세대 피임약은 부정출혈, 심뇌혈관 질환 등을 유발하는데 사망 사례가 생겨나며 결국 퇴출당했다. 2세대는 이를 개선했지만 남성 호르몬인 안드로겐과 유사한 구조를 가져 다모증, 여드름 같은 부작용이 뒤따랐다. 3세대는 이러한 안드로겐의 부작용을 줄였으나 혈전의 위험성이 있어 비만의 여성이나 혈전 위험성이 높은 사람은 2세대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

4세대 프로게스테론부터는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혈전 위험이 큰 성분이기 때문인데, 4세대 피임약은 월경 전 불쾌 장애 증상의 치료, 월경곤란증의 치료, 가임기 여성의 중증 여드름 치료 등에 활용된다.

피임약은 먹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다. 복용 후 최소 7일 이후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또 생리주기를 지연시킬 목적이라면 월경 예정일 7~10일 정도 전부터 미루고 싶은 날짜 하루 전까지 매일 한 알씩 복용하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마지막 복용일 이후 하루나 이틀 안에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고 한다.

한편, 피임약 이전의 역사 중 확인된 가장 오래된 피임법은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 시대에 벌꿀, 탄산소다, 산화된 우유, 악어의 배설물 등을 빚어 좌약의 형태로 만든 다음, 여성의 자궁 입구와 질 내에 삽입한 것이다. 이는 정자의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자궁 입구를 막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고대의 학자들도 피임법에 관해 주장하는 바가 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야생 홍당무 씨가 임신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납 성분이 포함된 연고나 올리브오일을 섞은 바닐라를 바르면 피임에 효과적”이라고 썼다. 또 산부인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라누스는 정자의 활동을 억제할 끈적한 물질을 양털에 섞어 자궁에 바르면 피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피임 기구와 방식도 꾸준히 발전되어왔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어린 양에서 추출한 창자로 남성의 성기를 뒤덮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인조고무로 만든 콘돔은 180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또 자궁 내에 루프를 삽입하거나 질 안으로 다이어프램을 삽입해 정자의 유입을 막기도 했다. 아울러 정자가 다니는 정관을 차단하는 정관수술이나 난관을 실로 묶거나 절단하는 난관수술도 생겨났다.

끝으로, 피임약은 무려 원자폭탄과 우주왕복선을 제치고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되었다. 당시 피임약을 최고의 발명품으로 추천한 옥스퍼드 대학의 콜린 블랙모어 교수는 “먹는 피임약은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해체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하며 피임약이 인류 역사에 전환점이 되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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