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이스라엘과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가 잇따르자, 유럽 국가들이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다. 실제로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등의 나라들이 국경에서 검문을 시행하며 유럽연합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이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솅겐 조약’은 유럽연합(EU) 회원국 간 무비자 통행을 규정한 국경 개방 조약이다. 솅겐조약 가입국은 같은 출입국 관리정책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가 간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이름의 유래로는 1985년 룩셈부르크 남부 솅겐에서 독일·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처음으로 체결해 ‘솅겐 조약’으로 불리며 1990년 일부 개정을 거쳐 1995년 효력이 발효됐다.

EU가 유럽의 정치·경제 통합을 실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솅겐 조약은 국경 개방으로 자유롭게 왕래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EU에 가입했지만 솅겐 조약에 가입하지 않거나, EU가 아니지만 솅겐 조약에 가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솅겐 조약에는 EU 회원국 중 23개국과 스위스·노르웨이·아이슬란드·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4개국 등 총 27개국이 가입해 있다.

솅겐 조약 체결로 해당 국가의 국민은 각국의 국경을 지날 때 비자나 여권 없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세관 신고도 하지 않는다. 공항에서 항공기로 이동해도 국내선처럼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솅겐 지역 내의 이동은 입국 절차 없이 짐만 찾아 나오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외의 사람들은 어떨까? 가입국 외의 국민이 솅겐 조약 가입국가에 입국하고자 할 경우엔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만 심사받고, 역내에 들어서면 6개월 이내 최대 90일까지만 회원국의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솅겐 조약 가입국 국민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건 마찬가지다.

한편 솅겐 조약 가입국들은 “공공 정책이나 내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국경을 통제할 수 있다. 최근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체첸 출신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의 흉기 난동, 벨기에 브뤼셀에서 벌어진 이슬람 국가(IS)를 자처하는 남성의 총격으로 유럽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에 지난 21일부터 이탈리아는 열흘간 슬로베니아와의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고, 슬로베니아도 헝가리·크로아티아와의 국경에서 검문을 시작했다.

이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이 시작된 이후 중동 난민과 테러리스트들이 솅겐 조약을 이용해 밀입국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테러에 대한 공포가 널리 퍼지며 유럽 내 국경 강화 및 폐쇄도 확산하는 모양새다. 보스티얀 포클루카르 슬로베니아 내무부 장관은 “유럽의 테러 위험이 커졌다”며 “우리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위험은 주로 중동과 아시아 출신 불법 이민자들에 의해 발생한다며 “우리는 급진적인 사람이나 테러 의도를 가진 사람이 서부 발칸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솅겐 조약 가입국 간에 국경 통제는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당시에도 독일, 폴란드, 체코 등이 인접국과의 국경을 폐쇄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감염자의 유입 저지 외에도 인접 국가들의 물자 사재기를 막으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팔 사태는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대부분의 중동국가 간의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는 극단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테러를 벌이고 있다. 나아가 솅겐 조약까지 무력화되며 ‘우리는 하나’라는 유럽 통합 기조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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