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일베’란 일간베스트저장소의 약자다. 사이트 이름만 보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일일 유머, 정보 커뮤니티이다.

일베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서 2009년에 분리된 유머 중심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재밌고 신기한 내용의 게시물로 친목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던, 약간은 매니악 하지만 일반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하지만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더 많은 공감과 인정을 받기 위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게시물 또는 정치 풍자들을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무분별하게 늘어나자 그 강도가 점점 심해져 극단적인 지역감정, 정치적 공격, 여성폄하, 장애인 모독, 인종차별, 피해자 능멸 등 일반인이 보기에 너무 끔찍하고 상식적으로 이해를 할 수 없는 패륜적이고 폭력적인 글과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게시물을 작성하는 사람들은 댓글과 추천을 통해 공감을 얻어 자신의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심리적 해방감을 느끼고, 자부심이나 영웅심리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꾸준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친여반야 성향의 극우 보수 사이트의 대표주자로 인식이 되면서 그 소속감을 느낀 일베 회원들은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느끼며 사기가 충천하였다.

▲ 야간에 안산 단원고를 찾아가 '흉가'에 도착했다고 인증한 일베 회원

일베 사이트에는 ‘홍어’(호남 지역인), 좌좀’(좌빨좀비), ‘똥남아’(동남아인)등 특정 지역, 인종을 비하하는 표현은 물론 입으로 차마 담기 힘든 단어로 여성과 장애인을 비난하고 특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망 이후 고인을 ‘능욕’하는 이미지 합성과 게시글이 우후죽순 올라왔으며, 비상식적인 행동의 인증, 살인 인증, 세월호 참사 직후 야간에 단원고를 찾아가 ‘인증’을 하며 단원고를 ‘흉가’라 지칭하는 천인무도한 행동마저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게시물과 댓글을 쓰다 고소를 당하거나 처벌을 받는 일베인들의 대부분은 학생이었다. 익명이라는 사이트의 특성상 어린나이에 뒷일 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하며 영웅심리를 느끼는 수준의 학생들은 자신이 한 행동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고소를 당하고 검거됐을 때 울며불며 잘못했다고 비는 것이 일쑤였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이미 고소나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서 인지하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며 즐기고 있던 성인들의 부추김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욱 심화되었었다.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인지능력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좌빨’이니, ‘홍어’니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할 정도로 그에 대한 역사적, 지역적 감정이 형성되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 모 예능프로그램에 나왔다가 과거에 쓴 글이 밝각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교사

이런 인터넷상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고 훌륭한 사람인 일베인들이 우습게도 현실에서 찾아보면 단 한 명도 없다. 누구도 현실에서는 일베를 한다고 ‘일밍아웃’(일베인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당사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웃고 떠드는 그 사건들이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며 괴로움인 것을 ‘알고도’ 희화하고 비하하는 모습이 사회적 공감을 얻지도 못하고 일반인들에게 ‘벌레’라는 뜻으로 ‘일베충’이라는 비난을 받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가끔 연예인이나 방송에 나오는 일반인이 과거나 현재 SNS등에 남긴 글로 인해 일베인이라는 것이 강제로 인증되는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등 곤혹을 치르는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자유국가에서 태어난 이상 국민에게는 발언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런 자유에는 그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있다. 현재 ‘일베’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한심한 사람들이 놀고 있는 커뮤니티가 되었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갔다면 국민의 입이 되어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창구가 되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극우 성향을 표방하는 더러운 배설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다.

일베에서 튀어보이게 활동하는 것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당장 그만하는 것을 권한다.
일베에서의 그런 행동은 오히려 자신이 누군가에게 놀아나고 있음을 증명할 뿐이고 그 누군가는 그런 당신을 보면서 즐겁게 비웃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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