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한때,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 일지 모르지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한창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상대적으로 부의 축적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법이나 규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것에 대해 성토하며 생긴 말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보다 더 심각해지고 강력해 질 말이 생겨나고 있다.

“유(有)미(美)무(無)죄(罪), 무미유죄” 즉 잘생기고 예쁘면 죄가 없고, 못생기면 죄가 생긴다는 말이다. 그 동안 우스갯소리로 “예쁘면 다 용서가 된다.”라고 했던 말들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게 되고 있다.

▲ 검거당시 주목받은 화려한 패션의 신창원(출처/연합뉴스)

점점 더 심해져 가는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사람들은 인성보다는 외모를 가꾸기 바빠졌고 사람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외모가 되어버렸다. 심지어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마저 옹호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그 심각성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의 구체적인 사례로 최초의 사건은 아마 ‘신창원 탈옥사건’이 아닐까 싶다. 신창원은 강도치사죄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1997년 탈옥했다가 2년 6개월 만에 검거되었는데, 신출귀몰했던 도피행각과 더불어 헌신적인 애인이 있던 점, 검거당시 화려한 의상이 화제가 되어 한동안 ‘신창원 패션’을 따라하던 10~20대의 젊은 층들이 많았다. 신창원이 저질렀던 범죄들 보다 그의 패션센스와 외모를 더욱 중시했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신창원 탈옥사건’보다 한층 발전한 아예 ‘예쁘면 죄가 없다’라는 논리를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얼짱 강도사건’이다.

▲ 죄가 없다는 팬카페까지 만들어진 이모씨. 이 일은 옆나라 일본까지 알려져 대서특필 되었다.

카드빚을 갚지 못해 자신의 남친과 함께 2명의 여성을 납치한 뒤, 칼로 위협하여 금품을 빼앗아 경찰로부터 지명수배된 이○○(당시 22세)는 당시 지명수배서에 얼굴 미인형이라는 설명과 함께 청순한 외모의 사진이 올려졌다. 지금처럼 커뮤니티가 발달되기 전이었던 2004년 당시에 그 수배서 사진이 인터넷으로 떠돌기 시작하더니 ‘예쁘니까 무죄’라는 내용으로 팬 카페까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일로 인해서 이○○는 일약 인터넷 스타가 되어 일본의 언론에도 ‘초미녀 강도’라는 제목으로 대문짝만하게 소개가 되었고, 이 ‘인기’에 부담감을 느껴 자수를 하게 되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최근 일어난 사건으로는 세월호 관련, 유대균 검거시 경호를 하고 있던 박수경의 팬카페가 만들어진 사건이다. 박수경은 유대균의 호위무사로 칭해지며 유대균과 함께 검거됐는데, 예쁘장한 외모와 검사 앞에서도 꼿꼿하고 당당한 자세를 취해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팬카페를 만들었다. 또한 박수경이 엄연히 범죄자 은닉죄를 행한 범법자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매체는 외모와 행동을 찬양하는 식의 비상식적인 보도를 하는 등 이런 사태를 더 부추키고 있는 중이어서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 세모그룹 장남 유대균의 경호원 박수경의 팬카페.

‘외모도 경쟁력이다.’ 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돌아다니고 있다. 실제로 외모가 좋은 사람들이 더 좋은 대우와 혜택을 받고 있는 경우도 주위를 둘러보면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내실없는 외모는 껍데기에 불구하며 심지어 범죄 등의 심각한 반사회적 행동을 외모로 덮어버리려고 하는 것은 실로 어리석고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미에대한 찬양. 사물의 외적인 것 보다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우기 위해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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