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20일 2025학년도 대학입시의 의과대학별 정원을 확정하면서 '2천명 증원' 방침을 확정했다. 정부가 대학별 의대 입학 정원을 발표한 것은 그간 추진해 온 2천명 증원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의료계는 더 거센 반발을 할지, 증원을 인정하고 향후 의료개혁 과정에서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대화에 나설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슈체크에서 2024년 3월 20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정부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쐐기...의사들 ‘의사(意思)’는 과연>에 대해 팩트와 함께 살펴보자.

#정부, 의대정원 ‘2천명’ 증원 쐐기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정부가 기존보다 2천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을 공식 발표하면서 의대 증원에 '쐐기'를 박았다. 교육부는 2월 22일부터 3월 4일까지 대학들의 신청을 받은 뒤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과대학 학생정원 배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정원 증원분 2천명을 지역별·대학별로 배분했다.

우선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1천639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전체 증원분의 82%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천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3천58명)의 66.2% 수준인데, 내년부터는 3천662명으로 72.4% 수준까지 높아진다. 그리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으며,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대학별 분배된 정원은?...서울은 증원 ‘제외’
대학별로 살펴보면 내년에 배정된 정원은 ▲ 강원대 132명 ▲ 연세대 분교 100명 ▲ 한림대 100명 ▲ 가톨릭관동대 100명 ▲ 동국대 분교 120명▲ 경북대 200명 ▲ 계명대 120명 ▲ 영남대 120명 ▲ 대구가톨릭대 80명 ▲ 경상국립대 200명 ▲ 부산대 200명 ▲ 인제대 100명 ▲ 고신대 100명 ▲ 동아대 100명 ▲ 울산대 120명 ▲ 전북대 200명 ▲ 원광대 150명 ▲ 전남대 200명 ▲ 조선대 150명 ▲ 제주대 100명 ▲ 순천향대 150명 ▲ 단국대 천안 120명 ▲ 충북대 200명 ▲ 건국대 분교 100명 ▲ 충남대 200명 ▲ 건양대 100명 ▲ 을지대 100명이다.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만 있었던 경기·인천권의 경우 5개 대학에 361명의 정원이 배분됐다. 학교별로 살펴보면 ▲ 성균관대 120명 ▲ 아주대 120명 ▲ 차의과대 80명 ▲ 인하대 120명 ▲ 가천대 130명이다. 다만 정부는 수요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 8개 대학에는 증원한 정원을 배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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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의대 정원 70% 선 넘어
의대 정원 증원분 2천명 가운데 18%인 361명은 경인권에, 82%인 1천639명은 비수도권에 배분됐고, 서울 지역에 배정된 증원분은 없었다. 이에 따라 경인권 의대 정원은 5개교 209명(6.8%)에서 570명(11.3%)으로,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7개교 2천23명(66.2%)에서 3천662명(72.4%)이 됐다. 비수도권 의대 정원이 70% 선을 넘게 되는 셈이다. 서울 지역 의대 정원은 8개교 826명으로 그대로지만, 전체 의대 정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27.0%에서 16.3%로 10.7%포인트 축소됐다.

‘인서울’ 의대보다 큰 비수도권 의대 탄생
이처럼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분을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에 대폭 배정하면서 이른바 '인서울' 의대보다 더 큰 비수도권 의대가 탄생하게 됐다. 실제로 실제로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9곳 가운데 경상국립대(현 입학정원 76명), 전남대(125명), 경북대(110명), 충남대(110명), 부산대(125명), 전북대(142명), 충북대(49명) 등 7곳은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다. 대학별로 현 정원의 1.4배∼4.1배 정원이 늘어나는 셈으로 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200명으로 늘어나 4배 이상으로 정원이 확대됐다.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가 서울대(135명), 연세대(110명) 등 서울 주요 대학보다 훨씬 큰 규모의 정원을 갖게 된 것이다. 지역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강원대(49명)는 132명으로, 제주대(40명)는 100명으로 늘어난다.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정원을 늘린 것은 그간 정부가 강조해온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취지로 읽힌다. 서울을 제외하고 경기·인천 지역 의대를 증원한 것 역시 지역 간 의료 여건 격차를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고3부터 적용
정부가 2천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공식 발표한 상황. 새 정원은 당장 하반기에 2025학년도 대입전형을 치를 올해 고3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이에 각 대학은 신입생 선발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의과대학의 교육여건을 정비하는 작업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충북대 대학본부에서 열린 의대 운영대학 간담회에 참석한 가운데 의대정원 증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의대 교수진들이 간담회장 밖에서 시위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증원’에 대한 우려도 있다_교육 부실화

의대 정원이 갑작스레 늘어난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료교육 부실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6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초 충북대가 교육부에 현 정원(49명)의 5배에 달하는 250명을 증원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비대위 측은 "250명 의대생을 가르치려면 1970년대 국민학교 수업처럼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서 강의해야 하는데 이는 풀빵 찍어내듯이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의대생들은 교육의 질 하락으로 피해를 볼 당사자인 자신들이 정부 증원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불만이 큰 상황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의대생의 절반 가까이인 8천360명이 정상적인 절차를 지킨 '유효' 휴학계를 제출했다. 대부분은 '동맹휴학'을 위한 휴학계 제출로 보인다.

# ‘증원’에 대한 우려도 있다_졸속 심사

또 증원분의 배분을 심사하는 배정위원회가 '밀실' 논란 속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는 점 때문에 졸속 심사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의대 정원 배분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총선 직전 공개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마무리됐다. 정부는 지난 4일까지 전국 40개 의대로부터 증원분에 대한 수요 조사를 마치고 배정위원회를 꾸렸다. 첫 회의는 지난 15일 열렸다. 정부는 증원분의 배분을 심사하는 배정위와 관련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는 사실 외에 규모, 회의 횟수 등을 모두 비밀에 부쳤다. 사안의 중대성과 민감성을 고려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배정위 첫 회의 이후 불과 '5일' 만에 의대별 증원 배분을 공개하면서 제대로 된 심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실제로는 정부가 의대별 증원분 배정을 결정하고, 배분위는 '거수기' 역할을 한 데 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의정 대치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피로도가 쌓이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증원분 배분을 빠르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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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반발’이냐 ‘협상’이냐 그것이 문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2천명의 대학별 배정 결과가 발표된 상황.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등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초 발표했던 규모의 증원을 밀어붙인 만큼 의료계의 반응에 귀추가 모아진다.

의료계는 더 거센 반발을 할지, 증원을 인정하고 향후 의료개혁 과정에서 의료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대화에 나설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이미 한 달을 넘긴 의료공백 사태가 한층 더 깊어질지, 봉합되는 수순을 밟을지는 정부가 대화의 문을 닫고 있는 전공의들을 향해 어떤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지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의료계의 통일된 대화 창구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별다른 대화 노력 없이 전공의들에 대한 무더기 면허정지를 내린다면,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로 의료 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의 고통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설상가상’의 의료 현장 될 수도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 수는 전체의 93%에 달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대 교수들도 집단사직 계획을 밝혔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집단사직을 결정한 의대는 전체 40곳 중 16곳이었는데, 이후 집단사직 의사를 밝힌 의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의대 교수들 대부분은 사직서 제출 시한을 오는 25일로 잡고 있어 이날을 계기로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수들은 사직이 수리될 때까지는 의료 현장에 남겠다고 말하고 있어 당장 교수들이 무더기로 병원을 떠나는 일은 없겠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의료 현장에 더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

아울러 집단휴학을 하는 의대생들의 움직임도 커지고 있으며 개원의들이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조만간 집단 휴원이나 주말·휴일 단축 진료 같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협상’의 길로 나올 수도
반대로 '협상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이미 2천명 증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투쟁'을 통해 정부 정책을 되돌리는 게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일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수가 인상 등의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고,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의료계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어내자"는 목소리가 나올 여지가 있다.

의대 증원을 확정한 정부는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를 압박하기 위해 면허정지 처분이라는 '채찍'과 근무여건 개선이라는 '당근'을 함께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더 강한 반발을 할지, 대화로 돌아올지는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와 고발 등 행정·사법 절차가 실제로 이행되는지 여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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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후 27년 만에 정원이 늘어나는 ‘의과대학’. 정부의 의대 정원배분 발표에 의료계의 반발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가 개별 대학의 증원 규모를 공식 발표하면서 증원은 사실상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이미 한 달 넘게 정부와의 대화도 거부한 채 뜻을 굽히지 않어 의료 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 속에, 의료계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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