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근무지 이탈에 이어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현실화하면서 '의료대란'이 더욱 심각해질 조짐을 보인다. 2024년 2월 21일 뜨거운 이슈 <의대정원 증원 후폭풍 행동에 나선 전공의-의대생>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보건복지부는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중요 원인으로 의사 수 부족을 지목하고 지난 2022년 하반기 의대 증원 추진 방침을 밝힌 뒤 1년 반에 걸쳐 꾸준히 의대 증원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올해 2월 초 복지부는 2025학년도 입시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 내년 대학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2천명 늘리기로 했다. 올해 정원의 65.4%에 달하는 증원 규모로, 늘어난 정원은 지방 의료를 강화하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40% 이상인 비수도권 의대의 지역인재전형 비율은 60%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다.

의대 정원 확대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됐던 1998년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의대 증원은 27년 만에 이뤄지는 셈이다. 당시 의대 정원은 3천507명이었으나, 2000년 의약분업 때 의사들을 달래려고 감축에 합의해 2006년 3천58명이 됐고 이후 쭉 동결되어 왔다.

#의사단체 반발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단체들은 즉각 강도 높게 비판하며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반발했다. 그리고 최근 실제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근무지 이탈에 이어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현실화하면서 '의료대란'이 더욱 심각해질 조짐을 보인다. 복지부가 '면허취소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책을 꺼내들었는데도, 집단행동을 막지 못한 것이다.

전공의 3분의 2 의료 현장 떠나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천여명의 약 95%가 근무하는데,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무려 63.1%인 7천813명이다. 전체 전공의의 3분의 2가 의료 현장을 떠난 것이다.

복지부가 현장점검에서 이탈을 확인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린 전공의는 6천112명으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이미 715명에 명령을 내렸는데 여기에 더해 5천397명에게 추가로 명령을 발령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전공의들은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의대 증원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박단 비대위원장은 전날 언론에 "이 사안이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병원에 대기 중인 구급차 [연합뉴스 제공]
병원에 대기 중인 구급차 [연합뉴스 제공]

정부 "우려와 유감"
정부가 그동안 의사면허 정지나 취소도 가능하다며 압박을 해왔는데도 전공의들이 병원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계에 집단사직서 수리 급지,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집단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 등의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복지부는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의 인식에 장탄식의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의료인의 기본 소명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으로서, 이를 위협하는 어떠한 집단행동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브리핑에서 의료계와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무엇이 팩트인지에 대해 소통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의대 증원폭) 2천명도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환자를 볼모로 해서 파업을 하는데, 이를(증원폭을) 줄이려고 협상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의료현장과 환자 고통 ↑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의료현장의 혼란과 환자들의 한숨은 더 커지고 있다.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3월초로 예약된 환자들의 진료도 미루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이번달 뿐 아니라 다음달 초로 예정된 진료도 연기하고 있다. 이 병원은 진료과별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진료가 불가해 일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외에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은 최소 30%에서 50%가량 수술을 줄이고, 교수를 응급과 야간 당직 근무에 배치했다. 전공의들의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전문의와 전임의(펠로)가 전공의를 대신하면서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장기화되면 의료 현장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병원들은 예고했던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하고,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난 19일에는 전체 수술의 10%를, 근무 이탈이 시작된 전날에는 30% 줄였다. 이날은 30% 이상의 수술이 연기될 전망이다.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수술을 절반으로 줄였다. 대다수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데 따라 정상적인 수술방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기존 수술방의 50% 정도만 운영하면서 응급과 위중증 수술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마취과 전공의 등 진료 지원이 필요 없는 수술은 그나마 제한 없이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접수창구 앞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의 한 대학병원 접수창구 앞이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의대생 집단 휴학계 제출까지
전공의들의 '후배'인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의 집단행동도 세를 불리고 있다. 의대생 대표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날림으로 양성된 의사로부터 피해를 볼 미래 세대와 환자의 건강, 증원으로 인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할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 금일부로 동맹 휴학계 제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연상케 하는 정부의 비민주적 조치와 강압적 명령이 2024년 오늘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하기로 했던 20일 전국 총 27개 의대에서 7천620명(20일 오후 6시 기준)의 의대생이 집단 휴학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루 전인 19일 기준으로는 1천13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한 바 있다. 19일과 20일 이틀 누적으로는 8천753명의 의대생이 휴학을 신청한 셈으로 전국 의대생이 2만명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3.8%가 휴학계를 제출한 것이다. 19일 휴학계를 냈다가 철회한 뒤 20일 재차 휴학계를 제출해 중복 인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8천명 이상이 집단 휴학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집계 기준인 20일 오후 6시 이후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생이 더 있을 수 있어 휴학 신청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사 일정 역시 이미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집단 휴학계를 제출한 의대에서는 학사 일정을 미루고,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휴학계 철회 등을 설득하고 있다. 휴학계를 제출하지 않은 의대생 사이에서도 수업 거부 등 단체행동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집단 유급 사태 발생 가능
단체 행동이 장기간 지속되면 학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의대는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부여한다.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분을 받는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교육부 “절차와 원칙에 따라 관리”
교육부는 "동맹휴학은 대학 학칙상 휴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의대가 휴학 승인을 위해 학부모·학과장 동의를 요구하는 만큼, 이러한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대학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에 대비해 교육부 내 '의대 상황대책반'을 구성하고, 매일 의대생들의 단체행동 현황 여부를 파악 중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9일 전국 40개 의대를 운영 중인 대학 총장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법과 원칙에 따라 학사 관리를 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행동에 나선 전공의-의대생 vs 정부 "원칙대로"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의료계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우선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정상진료나 진료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중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불법 집단행동에 일시 가담했더라도 조기에 현장에 복귀하면 그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사건을 처분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만약 불법적인 집단행동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훼손되는 결과가 실제 발생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정부는 집단행동을 방지하고 수습할 책무를 방기해 의료 시스템의 공백을 초래하는 의료기관 운영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의료대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근무지 이탈에 이어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현실화하면서, 오히려 '의료대란'이 더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환자’와 ‘국민건강’을 향한 정부와 의사단체의 원만한 소통과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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