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간 전쟁이 140일을 넘긴 가운데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계속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양측이 양보하지 못하는 지점들이 있어 앞으로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2024년 2월 26일 뜨거운 이슈 <이-팔 전쟁 휴전, 양보 없는 입장 차에 멀어지는 휴전>에 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이-팔 전쟁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하며 1천200명가량을 살해하고 240여명을 인질로 끌고 갔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공격을 감행한 신와르와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의 무함마드 데이프 사령관을 제거하겠다고 공언하며 공습과 지상군 투입을 단행하는 등 140일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물러서지 않는 지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예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군사 작전이 완전히 중단되고 이스라엘군이 철수해야만 휴전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는 인질 석방과 휴전이 진행되더라도 하마스 섬멸, 인질 귀환, 가자 지구발 안보 위협 제거 등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휴전 협상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카타르, 미국, 이집트의 주재로 가자 지구 잔여 인질 석방에 대해 회담을 가졌다.

협상 초안은 ▲여성·노인·이스라엘 부상 인질 석방을 위한 30일 임시 휴전 ▲추가 30일 임시 휴전 및 이스라엘 군인·남성 인질 석방이 골자다. 가자지구에 허용되는 구호품의 양이 증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마스의 휴전 역제안
이러한 내용이 담긴 휴전 협상안이 하마스에 전달됐다. 이에 하마스는 3단계에 걸친 총 135일간의 휴전과 인질-수감자 교환을 역제안하며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 지상군 철수를 요구했다.

하마스가 역제안한 협상안의 골자는 이렇다. 하마스는 45일의 1차 휴전 기간에 이스라엘 인질 중 여성과 19세 미만 남성, 노약자와 환자를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보안사범 가운데 여성과 미성년자를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 기간 인도적 구호 확대(하루 트럭 500대 분량), 병원·난민촌 재건 개시, 가자지구에 투입된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45일간의 2단계 휴전 기간에는 이스라엘 남성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45일의 마지막 3단계 휴전 기간에는 나머지 인질 전원과 사망자 시신을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하마스는 2~3단계 기간에도 팔레스타인 보안 사범 석방을 요구했다. 휴전 제안서 부록에 석방 희망 보안사범 수를 총 1천500명으로 정하고 이 가운데 500명은 무기수 가운데 자신들이 선택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이는 인질 1명당 10명 이상의 비율로 보안사범 석방 요구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휴전 역제한 거부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하마스 측이 제안한 휴전 역제안 방안을 거부하며 전쟁 지속 의지를 다시금 천명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인질 석방을 위해서는 군사적 압박을 계속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완전한 승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승리가 코앞”이라며 전쟁은 수개월만 남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전한 승리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며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하마스를 꺾는 것은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하마스의 요구에 불복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히며 하마스의 휴전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가자지구 라파의 피란민촌[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가자지구 라파의 피란민촌[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악화하는 분위기
이어 이스라엘군이 지난 12일 새벽 가자지구 최남단 국경 도시 라파를 공격했다.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라파는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으로 지상전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피란민이 머무는 곳으로, 이스라엘은 이곳에 하마스 잔당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진입 작전에 앞서 공습을 단행했다. 공습으로 모스크 두 곳과 주택 여러 채가 부서졌고, 피란처로 쓰이던 천막에도 파편이 쏟아져 어린이를 포함한 여러 명이 다치거나 죽었다.

이에 국제사회가 들끓었다. 국제재판소는 전범 가능성을 언급하고 유엔과 주요국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가족과 지지자들[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가족과 지지자들[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휴전 중재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국으로 참여하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재개됐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르니아 국장이 이끄는 이스라엘 협상단이 휴전 기간과 인질과 교환될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비율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날 저녁 카이로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협상단은 하마스의 협상 조건이 비현실적이라는 자국 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즉각 휴전’ 안보리 표결
그렇게 이-팔 양측은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고, 이에 유엔 안보리에서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20일 표결에 부쳤다.

안보리는 20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 상황을 의제로 회의를 열어 알제리가 제시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알제리가 작성을 주도한 결의안 초안은 ▲ 인도주의적 휴전 ▲ 가자지구 전역으로의 인도주의적 지원 전달 ▲ 팔레스타인 주민 강제이주 반대 ▲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명령 준수 ▲ 국제법 준수 등을 핵심 내용으로 담았다.

#미국의 반대
그러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채택에 실패했다. 미국은 알제리가 작성한 결의안 초안이 그대로 통과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중동 휴전협상이 위험에 빠진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이 결의안에 반대하며 다른 대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 요구 대신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는 방식에 근거한 임시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 4자 회의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하며 다른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이-팔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안 마련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이스라엘, 미국, 이집트, 카타르 4개국 대표단이 모여 회의를 진행했고, 임시 휴전을 위한 기본 윤곽의 틀을 잡았다.

이들이 모여 합의한 협상 틀로는 하마스가 가자지구 안에 억류하고 있는 인질 약 40명을 석방하면 이스라엘은 자국내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명을 석방하고, 6주간 휴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팔레스타인 주민 일부가 가자지구 북부로 복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망
여전히 최종 타결까지는 하마스가 협상안에 동의해야 한다. 또 하마스 궤멸 전까지는 휴전은 없다고 공언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협상 테이블에 마지못해 앉았지만,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군사작전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양측이 타협안을 찾지 못하고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수많은 사상자와 전쟁고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팔 전쟁이 어느 지점에서 끝나게 될 것인지 전 세계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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