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몇 년 사이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시장에서 유료 가입자를 늘려온 넷플릭스, 유튜브 등 OTT‧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그런데 가격이 국내 시장에서 연이어 상승하고 이용에도 제한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이민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디지털 이민’이란, OTT나 동영상 플랫폼 이용 시 국내보다 요금이 싼 다른 나라로 우회 가입하는 방식을 ‘이민’에 빗대어 말하는 신조어다. 국내 이용 가격이 오르면서 국내 계정을 탈퇴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해외 국가 계정으로 가입하는 방식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민을 떠나는 것에 비유해 ‘디지털 이민’이라 지칭하게 되었다. 

OTT 콘텐츠가 연이어 흥행을 거듭하는 등 화제를 모으면서, 많은 이용자들이 여러개의 플랫폼을 가입해 골라 보고 있는 상황으로 통계에 따르면 국민의 72%가 OTT를 보고, 평균 2.7개를 구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OTT 플랫폼들의 이용 요금이 상승하고 이용 방식도 폐쇄적으로 바뀌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광고 없는 요금제 가운데 가장 싼 월 9,500원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해 광고 없이 보려면 4천 원을 더 내야 하는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도 사실상 월 4천 원을 인상했고, 유튜브는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한 번에 무려 42.6%나 올렸다. 문화 소비 욕구는 커진 가운데,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상황이라 '스트림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보다 요금이 싼 다른 나라의 이용자인 척 우회 가입하는 ‘디지털 이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이민자들은 “다른 나라는 싼 가격에 가족 공유까지 된다.”라며 “우리나라 요금제는 좀 많이 불합리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서 디지털 이민을 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이민국으로 불리는 국가로 인도, 튀르키예 등이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가 월 2000~5000원 선이다. 최근 두 배가량 인상된 아르헨티나의 구독료는 인상 후라고 해도 3000~6000원대라 국내 이용료 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인터넷엔 다른 국가 우회 계정이나, 타인과 공유하는 계정을 돈을 받고 파는 이상 형태 거래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많은 지적이 이어지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은 글로벌 OTT들의 요금 인상에 대해 "소비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빅테크 기업이 고민을 좀 더 해주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OTT 기업들은 “국가별 물가 수준에 맞춰 각각 다른 가격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제는 통신비처럼 고정 비용으로 여겨지는 OTT 이용료. 한때는 가성비로 칭찬을 받으며 많은 이용자를 모았지만, 차츰 가격이 오르고 이용 방식에도 많은 제한이 생기면서 ‘국가별 차별’ 논란이 생기고 ‘디지털 이민’이라는 행태까지 나오고 있다. 손쉽게 가격을 올리는 방식은 자칫 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고, 결과적으로는 많은 이용자를 떠나보낼 수도 있다. 기업들과 당국의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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