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가 ‘콘돔’을 선수촌에 비치하자 일부 학부모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조직위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슈체크에서 <청소년올림픽 ‘콘돔’ 논란...예방일까? 부추기는 것일까?>에 대해 살펴보자.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 ‘콘돔(condom)’

콘돔은 피임이나 성병 예방의 목적으로 성교 시에 남자의 음경에 씌워 사용하는 고무 제품을 말한다. 콘돔의 기원은 확실치 않으나 빠르면 16세기부터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후 18세기 영국인 의사 ‘콘턴’이 정식 제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성병이 전염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보급되었으나 점차 피임 용구 중 하나로 일반화 되었다. 특히 에이즈 확산 이후에는 에이즈 감염 예방을 위한 방법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콘돔은 그 사용법을 제대로 하면 피임 효과는 매우 높다. 하지만 정확한 착용법과 사용법을 몰라서 잘못 사용했을 경우, 피임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성교육 시간 피임 방법의 하나로 콘돔 사용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강원도 동계청소년올림픽 ‘콘돔’ 논란

지난 19일에 개막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는 전 세계 78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 14~18세 선수 1802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조직위가 참가 선수들용으로 콘돔 3,000개를 확보해 2,500개는 강릉원주대 선수촌, 500개는 정선 하이원 선수촌에 비치했다. 선수 개개인에게 나눠주는 것은 아니고 필요로 하는 선수들이 있으면 각 선수촌 의무실 창구에서 이를 무상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일부 학부모 단체 반발
이처럼 청소년 선수들이 콘돔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선수촌에 비치하자, 일부 학부모 단체는 규탄했다. 지난 23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은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기르기 위한 장이 돼야 할 청소년올림픽에서 콘돔을 나눠주는 것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병은 국대를 가리지 않고, 콘돔은 접촉성 성병을 예방하지 못한다"면서 "엄마들은 한순간의 쾌락을 즐기고자 성관계 유혹에 빠지는 국대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청소년에게 콘돔을 나눠주면서 '호기심 많은 10대'라고 궁색한 변명을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며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청소년올림픽은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인 이정민이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를 점화하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제공]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인 이정민이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를 점화하고 있다. 2024.1.19 [연합뉴스 제공]

#올림픽에서의 콘돔 제공, 이번이 처음일까?

의외로 올림픽과 콘돔의 인연은 다소 성에 보수적이고 유교 사상이 깊이 뿌리박혀 있던 우리나라에서 시작한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선수촌에서 콘돔을 나눠준 대회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으로, 당시 국내에서 후천성면역결핌증(AIDS, 에이즈) 환자가 발생하자 확산을 막는다는 명목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등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고자 서울올림픽 조직위는 콘돔 8천500개를 나눠줬다.

이후 콘돔 배포는 동·하계 대회를 막론하고 올림픽의 전통이 되어 선수촌에 콘돔을 비치하기 시작했다. 콘돔은 대회 기간 안전한 성생활을 위한 용도도 있지만, 대회가 끝나고 가지고 가서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안전한 성생활’을 확산하라는 선물용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후 더 많은 양의 콘돔 제공
서울올림픽 4년 뒤인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서울올림픽 배급량의 10배인 9만개가 배포되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품절 현상까지 일어났는데, 당시 7만개의 콘돔을 준비했다가 수량이 모자라 2만개를 추가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서 조직위는 무려 45만개를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남미 지역에 유행한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로 여러 대의 ‘콘돔 자판기’가 설치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동계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콘돔 11만개를 제공한 바 있다.

‘코로나’ 당시는 '접촉' 막기 위해 배포 X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올림픽과 콤돔’ 명맥을 잠시 끊기도 했다. 2020년은 도쿄올림픽이 개최어야 했지만, 코로나19라는 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열리지 못했다. 팬데믹 상황은 끝날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았고, 올림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2021년 치러진 도쿄올림픽. 전통처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역시 대회를 위해 15만~16만개의 콘돔을 준비했지만 '밀접접촉'을 피하기 위해 준비된 물량을 배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선수촌이 있는 강릉원주대에서 외국인들이 대회 공식 마스코트인 뭉초와 사진을 찍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제공]
선수촌이 있는 강릉원주대에서 외국인들이 대회 공식 마스코트인 뭉초와 사진을 찍고 있다. 2024.1.15 [연합뉴스 제공]

#청소년 올림픽에도 마찬가지로 ‘콘돔’ 마련

성적 호기심이 왕성해지는 청소년에겐 체계적이며 확실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이에 입각해 문화·체험·교육 올림픽을 표방하는 청소년올림픽은 참가 선수들에게 성인올림픽처럼 콘돔을 무료로 배포해왔다. 이번 2024 강원 동계올림픽 이전에도 2018 부에노스아이레스 하계 청소년올림픽, 2020 로잔 동계 청소년올림픽 조직위는 IOC의 방침을 따라 선수촌에서 콘돔을 무상으로 지급했다.

IOC의 취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성적 에너지와 호기심이 한창인 청소년올림픽 참가자들에게도 당연히 콘돔을 제공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IOC는 "청소년 선수들 또한 성인 선수들처럼 안전한 성생활을 해야 하므로 콘돔을 나눠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일이 따라다니며 강제로 성생활을 막을 수 없다면, 원치 않는 임신이나 감염 등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규탄의 목소리 이면에 긍정적 반응도 있어
청소년올림픽에 ‘콘돔’을 비치하는 것을 두고 규탄하는 학부모 단체도 있지만,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학부모 단체도 있다. 이들은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모두가 안전한 성생활을 하고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예방하자는 취지에 동의한다” “청소년들의 건강하고 주체적인 성문화를 위한 교육과 홍보의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콘돔을 비치한다고 이것이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도 아니고,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교육의 과정이자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 청소년 선수들의 학부모 입장과 걱정 등도 무시되어선 안된다” “성관계를 독려하고 있다고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올림픽 선수촌에 비치되는 콘돔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들. 특히 청소년올림픽에까지 콘돔을 비치하는 것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에, 반대로 예방에는 예외가 없다는 찬성 입장도 나오면서 때아닌 찬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우리 사회적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가운데, 정작 그 주인공인 청소년의 목소리는 외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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