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드러난 부동산 PF의 불안정한 민낯에 대한민국이 연일 시끄럽다. 채권단은 물론 범정부적 차원에서 해결하려 하는 와중 지주사 및 오너가의 자구책 이행 논란까지 있어 당분간 잠잠해지지 않을 듯하다. 2024년 1월 9일 가장 뜨거운 이슈인 <부동산 PF 위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사태>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공시
시공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은 작년 9월부터 자금난 루머를 겪다가 2023년 12월 28일 워크아웃을 공시했다.

태영건설은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통보받았으며 이에 따라 워크아웃, 즉 기촉법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유동성 문제가 심화됐던 태영건설이 만기가 도래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문제로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다.

#워크아웃(Workout)
부실기업의 회생을 위한 ‘사적 구조조정’이다. 주로 주된 채권자인 금융기관 주도로 진행되며, 빚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 상환유예, 감면 등을 시행해 채권자들이 부도를 막는 것이다. 자력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개시된다. 기업회생절차로 넘어가거나 파산하게 되면 이보다 더 막대한 피해를 보기 때문에 법정관리 이전 선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반면 법정관리, 즉 기업회생은 법원 주관으로 이뤄지는 ‘공적 구제수단’이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 법원 판단하에 시행되며, 가능성이 없는 경우 파산이다.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연합뉴스 제공]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연합뉴스 제공]

#정부의 거시경제금융간담회 소집 및 대응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공시 다음 날인 지난 29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부총리로서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주최하는 첫 ‘F4(Finance 4) 회의를 주재했다.

최 부총리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시장안정조치를 위한 자금이 현재 85조원 수준”이라며 “필요시 추가 확대해 시장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필요할 경우 한국은행도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유동성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나선 이유 :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 가능성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24.0%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 등 비은행권의 기업대출 비중이 2019년 말 25.7%에서 2023년도 3분기 말 32.3%로 상승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분석 대상 업종 전체의 대출 증가(567조4천억원)분 중 부동산업 대출이 175조7천억원으로 약 40%에 육박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레버리지로 부동산업에 투자했던 이유는 2019년 이후 상업용 부동산 매매가격이 꾸준히 오르며 호황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당시 기업들은 계속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수요는 생각하지 않고 갑작스레 물류센터나 상가, 오피스 등을 과도하게 많이 지었다. 하지만 이후 매매가격이 20%가량 급락하며 손실을 본 기업들이 많아졌고, 결국 작년 9월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134조원에 달하게 됐다.

여기에 여전히 금융기관의 기업 대출 잔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정부는 비단 태영건설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 PF 부실로 건설업체들이 연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이 제기된 것이다.

태영건설 채권단 설명회[연합뉴스 제공]
태영건설 채권단 설명회[연합뉴스 제공]

#태영의 자구책
지난 3일 윤세영 창업자는 산업은행이 개최한 채권단 설명회에서 호소문을 통해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며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유위험보증)는 2조5천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또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까 봐 너무나 두렵다”면서 “협력업체와 투자해주신 기관, 채권단, 나라와 국민에게 큰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선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태영그룹 윤석민 회장 416억원+티와이홀딩스 1천133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안을 발표했다. 또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을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주요 관심 사항인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
앞서 말했듯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천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 연대보증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

이에 채권자들이 반발하며 분위기가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채무를 상환함으로써 계열사의 ’오너‘에서 ’대주주‘의 입장으로 내려와 주주의 권리를 포기하고 꼬리 자르기를 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애초에 워크아웃을 신청한 상황에서 한 기업의 돈을 먼저 갚는 것도 문제가 되는데, 심지어 지주사의 돈을 먼저 갚는 것이 사실상 내부적으로 돈을 융통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연합뉴스 제공]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연합뉴스 제공]

#법정관리로 치닫는 태영건설 사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입장을 내고 “티와이홀딩스의 채무 변제에 사용한 자금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티와이홀딩스의 리스크를 경감하는 차원일 뿐, 태영건설의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워크아웃 무산으로) 초래되는 모든 경제적 피해와 사회적 신뢰 붕괴는 계열주와 태영그룹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4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채권단 입장에서는 남의 뼈를 깎는 노력”이라며 질타했다. 그러면서 주말까지 채권단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주말이었던 지난 7일 “태영건설 자구노력 약속 이행 없인 워크아웃 없다”며 조속한 자구노력 이행을 촉구했다.

태영건설[연합뉴스 자료사진]
태영건설[연합뉴스 자료사진]

#겨우 살린 워크아웃 불씨
이에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조건이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잔액(890억원)을 지난 8일 오전 11시께 납부하며 당국·채권단과의 협상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위급 협의체인 ‘F4’ 회의 후 정부는 ”여러 불확실성을 감안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면서도 채권단에 ”자구 노력 의지가 확인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 진행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오늘(9일)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채권단의 지원만 바라지 않고, 저희가 해야 할 자구 노력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자구 노력이) 부족할 경우에는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해서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주요 계열사 매각 또는 담보 제공을 골자로 한 기존 자구계획 이외에도 끝까지 지켜오던 다른 계열사 매각이나 담보 제공을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해 태영건설에 투입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민주당, 부동산PF 유동성 위기와 건설사 줄도산 위험 대응 토론회[연합뉴스 제공]
민주당, 부동산PF 유동성 위기와 건설사 줄도산 위험 대응 토론회[연합뉴스 제공]

#민주당 ”정부의 무능이 초래“
더불어민주당은 9일 최근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위기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의 부실 대응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부동산 PF 유동성 위기와 건설사 줄도산 위험,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만기 연장이라는 돌려막기 땜질 처방에만 올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태영건설 사례는 시작에 불과하고 올해는 부동산 PF 구조조정의 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정부는 안일한 인식을 버리고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태영건설 법정관리가 이행될 경우 시장은 PF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인식, 대출금 회수에 나서면서 건설사 연쇄 부도가 시작될 것“이라며 건설사의 연쇄 위기를 걱정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기업들의 레버리지를 통한 부동산업 투자 현황 및 기업 대출 잔액 증가 등 불안정한 부동산 PF 상황이 민낯을 보였다. 정부와 대통령실까지 나서 직접 태영건설의 자구노력 이행을 촉구하고 한국은행이 유동성 지원을 약속하는 등 초유의 사태까지 다다랐는데, 워크아웃이 잘 마무리되어 큰 피해를 보는 사람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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