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2024년 새해부터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 최대 규모 7.6의 강진과 8시간가량 수십 차례의 여진까지 이어져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또 가옥이 무너졌다는 신고가 잇따랐고, 각지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3만이 넘는 가구에 전기 공급까지 끊겨 피해가 추가로 파악될 가능성이 크다. 2024년 1월 2일 가장 뜨거운 이슈인 <日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 지진...우리는 안전한가?>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2024년 새해 첫날 일본에 발생한 지진
NHK 보도에 따르면 2024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 최대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의 지진으로 2일 오후 1시 기준 30명의 사망자가 집계됐고, 부상자는 80여명 발생, 3만2천여 명이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역별 사망자 수는 와지마(輪島)시 15명, 스즈(珠洲)시 6명, 나나오(七尾)시 5명 등이다. 뿐만 아니라 가옥이 무너지고, 각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추가로 파악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여진도 이어지고 있어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노토 반도에서는 전날 강진 이후 이날 오전 6시까지 진도 2 이상의 지진이 129회 관측됐다고 NHK는 전했다. 특히 이날 오전 4시 42분과 7시 13분에도 대부분의 사람이 놀라는 수준인 진도 4의 흔들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시설 피해도 만만치 않다. 사이타마현과 니가타현을 잇는 조에쓰 신칸센 등의 운행 중단은 물론 니가타 공항 등의 항공편도 결항됐으며, 산사태나 도로 파괴 등으로 일부 도로의 통행도 중단됐다. 이시카와현에서는 약 3만2천900가구(2일 오전 11시 기준)에 정전도 발생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등 통신 서비스에도 장애가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동해안 지진해일 우려…방파제 '출입금지'[연합뉴스 제공]
동해안 지진해일 우려…방파제 '출입금지'[연합뉴스 제공]

# 동해안에 쓰나미 밀려오기도...24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어
이번 강진으로 우리나라 동해안에 최고 85㎝ 높이의 지진해일(쓰나미)이 밀려오기도 했다. 국내 해안에 지진해일이 밀려온 것은 1993년 7월 12일 이후 31년 만이다. 노토반도 쪽에서 강진이 발생하면 대략 1시간 30분 후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도달하는데, 어제 오후 8시 35분께 이번 동해안 지진해일 중 최고 높이였던 85㎝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이는 지진해일주의보 발령 기준을 넘는 수준이다.

지진해일주의보는 '규모 6.0 이상 해저지진이 발생해 우리나라 해안가에 높이 0.5m(50㎝) 이상 1.0m 미만 지진해일 내습이 예상되는 경우'에 발령된다. 그 외 관측지점별 지진해일 최고 높이(관측시각)는 남항진 28㎝(오후 8시 8분), 속초 45㎝(오후 8시 38분), 삼척시 임원 33㎝(오후 9시), 경북 울진군 후포 66㎝(오후 8시 42분)이다.

2일 오전 8시 기준으로도 10㎝ 미만의 지진해일이 동해안으로 밀려오고 있어 계속해서 주의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규모 7.6 지진이) 전진(前震)이라기보다는 본진(本震)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해일이 밀려올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처음 도달한 지진해일보다 파고가 높은 해일이 뒤이어 도달할 수 있고 24시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라며 "추가 정보를 확인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지진
지진은 지구 내부에서 급격한 지각변동이 생겨 그 충격으로 생긴 파동이 지표면까지 전해져 지반을 진동시키는 자연재해다. 지진은 땅의 융기 및 침강 등을 일으켜 건물을 붕괴시키고 산사태를 유발하며 바다에서 발생할 경우 지진해일도 일으키는 예측하기 어려우면서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낳는 재앙이다.

#지진의 원인
지진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크게 ‘탄성반발설’과 ‘판구조론’ 두 가지 학설로 나눠진다. ‘탄성반발설’은 단층에 가해지는 힘에 의해 어느 부분이 견딜 수 없게 되는 순간 급격한 파괴를 일으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층을 움직이는 힘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것을 설명하는 학설이 ‘판구조론’이다. 커다란 7개의 판(북미판, 남미판,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아프리카판, 인도-호주판, 남극판)과 중간 크기의 6개 판(카리브판, 나즈카판, 필리핀판, 아라비아판, 코코스판, 스코티아판) 등으로 나눠지는데 지각판 간 마찰저항이 약해져 갑작스러운 미끄러짐이 생길 때 일어나는 것이 지진이라는 것이다.

1일 일본 강진(AP=교토 연합뉴스)
1일 일본 강진(AP=교토 연합뉴스)

#일본에 지진이 유독 잦은 이유
지구 전체에서 발생하는 90% 이상의 지진은 ‘불의 고리’(Ring of fire)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발생한다. 이는 태평양 주변의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대만, 일본,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을 따라 연결된 거대한 띠 모양이며 이들 지역에서는 지하에서 마그마가 만들어져 화산으로 분출되거나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일본은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 나라 중에서도 특히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특이 강진의 발생 빈도가 높은데, 그 이유는 네 개의 지각 덩어리(유라시아, 필리핀, 태평양, 북아메리카 판)가 만나는 접점에 있기 때문이다.

일본 노토 반도 지진[연합뉴스 제공]
일본 노토 반도 지진[연합뉴스 제공]

#과거 일본의 지진
일본의 지진 기록을 살펴보면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그 횟수가 압도적이다. 크고 작은 지진들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으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대지진도 있다.

대표적으로 1923년 우리나라에서 ‘관동 대지진’으로 불리는 대지진은 9만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했고, 이재민 약 340만명, 중상자 1만6천여명, 경상자 3만5천여명 등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흉흉해진 민심에 해당 지역에 있던 조선인들에게 모든 화살이 향했다. 이에 곳곳에서 민간인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불시검문을 하며 조선인 수천명을 학살하는 ‘관동 대학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 9.0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강진 이후 초대형 쓰나미가 해변 도시들을 덮쳤고, 수도권 일대까지 건물 붕괴와 대형화재가 잇따랐으며, 방사능 누출 등의 대형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일본 소방청이 발표한 사망자 및 실종자 수는 약 2만명에 육박했고, 이는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자연재해가 되었다.

지진을 일으키는 메기[사진/flickr]
지진을 일으키는 메기[사진/flickr]

#지진에 대한 인식과 문화
이처럼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에는 ‘지진, 번개, 화재, 아버지’라는 말이 있다. 일본인이 무서워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으로, 지진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또 수백, 수천의 신과 요괴 등이 있는 나라답게 ‘지진을 일으키는 메기’ 신화도 있다. 평소 ‘천둥 신’인 ‘타케미카즈치’라는 신이 지진을 일으키는 메기를 잘 압박해 누르고 있는데, 방심하거나 다른 신과 싸우기 위해 자리를 떠야 하는 일이 생기면 메기가 꿈틀거려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진을 일으키는 존재는 빛의 마술사라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메기 대신 지진을 일으키는 검붉고 긴 형체로 표현된 바 있다.

지진으로 갈라진 도로[연합뉴스 제공]
지진으로 갈라진 도로[연합뉴스 제공]

#일본의 지진 대비
일본은 잦은 지진과 태풍을 겪는 탓에 정교한 재난대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재난알림문자와 같은 ‘J-얼랏(Alert)’이 있어 지진이 발생하면 당국은 국민들의 휴대전화에 비상 메시지를 띄우고 신속하게 주민보호에 나선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내진설계 기술을 갖고 있으며, 엄격한 규제와 지침이 있어 모든 건물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내진 성능을 갖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 민방위 훈련과 같이 평소에도 화재나 지진 대비를 위한 ‘지진대피훈련’을 초등학생 시절부터 실시해 체화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한가?
우리나라는 지진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판구조론으로 볼 때, 유라시아판의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판의 경계에 위치해 판의 지각운동으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는 지역들에 비해 지진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2016년 9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일었다.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력한 규모였기 때문이다. 또 한반도 동남쪽엔 양산단층을 비롯해 울산단층, 왕산단층 등 단층들이 모여있는데, 그중 양산단층은 약 200km 정도 이어지는 활성단층대다. 활성단층은 ‘최근에 운동을 했으며 미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단층’으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단층을 의미한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지진은 판들의 경계부에서 95% 정도, 5%는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데 유라시아판 내부에 있는 한반도는 상대적으로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이 낮지만 그렇다고 지진의 안전지대는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크고 작은 지진을 자주 겪어온 일본은 이에 대한 대비나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고, 관련 문화나 건축 기술까지도 발달해 있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 역시 지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만큼 잘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무엇보다 사상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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