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언제부터인지 화제가 되는 모든 이야깃거리에는 “‘무한도전’에 다 있다”라는 말이 덧붙여지고 있다. 연일 사건·사고와 이슈가 쏟아지는 와중에 미래를 예견이라도 한 듯, 레전드 예능 ‘무한도전’엔 모든 자료가 다 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을 보고 자란 사람들은 많은 것에서 무한도전을 떠올리는 이른바 ‘무도세대’다.

‘무한도전’은 2005년부터 2018년까지 MBC에서 방영되었던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최초 ‘무모한 도전’이라는 프로그램명으로 방송되다가 약 1년 후 ‘무한도전’으로 재탄생했다. 프로그램의 제목대로 도전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레슬링, 에어로빅, 가요제 등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 도전했다.

지금도 ‘무한도전’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해보면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지만 이들이 모이면 천하무적’이라는 소개 글이 있다. 이들의 시작은 실제 평균 이하처럼 보였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고정 멤버들이 서로 부딪히며 생기는 예측 불가한 상황들, 변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멤버들의 모습은 기존의 예능과는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또한 매주 다양한 주제 혹은 포맷으로 나아가며 정체성을 갖기 시작했고, 고정멤버들의 캐릭터와 어우러지며 당대 최고 인기 예능으로 발돋움했을 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의 판도를 뒤바꿨다.

그렇게 어느 순간 평균 이하를 넘게 되자 댄스스포츠, 봅슬레이, 레슬링 등 난도가 높은 것들에 도전하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휴머니즘과 웃음 요소를 놓치지 않으며 영리하게 발전해나갔다.

이러한 도전들 외에도 가요제를 열어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고 국내 음원차트를 휩쓸었으며, ‘무한상사’라는 상황극을 통해 일반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며 많은 공감대를 얻었다. ‘무한상사’에선 출연자의 이름은 그대로 유지한 채 회사의 직급만 부여해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간단한 점심 메뉴 고르기부터 회식 자리에서의 모습, 업무를 하는 각기 다른 방식 등은 시청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일으키며 두꺼운 팬층을 쌓았다.

종영한 후에도 여전히 ‘무도세대’가 양성되는 이유는 13년간 멤버의 변화, 수많은 테마와 주제·포맷으로 방영하며 모든 상황과 멘트를 자막으로 적어놔 밈으로 쓰이기에 적합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올해 하반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있다. 무려 12년 전, 2011년 방송분에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했던 상황에 멤버 하하가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골랐다. 하지만 책이 두꺼워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원고지 곳곳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라는 이름만 여러 번 나열하며 웃음을 줬다. 특히 유복하고 똑똑했던 그를 부러워하며 “로버트는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했는데, 그의 일대기를 제쳐두고 그저 부러워만 했던 그의 소감이 <오펜하이머> 개봉과 함께 다시 회자됐다.

이에 <오펜하이머>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는 하하를 해당 영화의 국내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하하는 “오펜하이머는 자기 이야기가 영화로 나와서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12년 만의 감상문을 적으며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가요계에서도 무한도전이 빠질 수 없다.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무도세대’임을 여러 방송과 SNS에서 드러냈다. 방탄소년단은 공식 SNS에 무한도전 가요제의 포스터를 게재하거나, ‘북극곰은 사람을 찢어’ 등의 무한도전 내의 밈을 따라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다. 또 “BTS ‘Dynamite’ Official MV(B-side)”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영상 막바지에 지민, 뷔, 정국이 무한도전 ‘완전 남자다잉’ 특집에서 멤버 노홍철이 했던 제스처를 연달아 선보이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모았다.

4세대 대표 걸그룹 중 하나인 ‘뉴진스’도 무한도전을 피해갈 수 없었는데, 뉴진스 노래 ‘Ditto(디토)’의 뮤직비디오 중 일부 장면들이 무한상사 야유회 편에 나온 장면과 콘셉트가 비슷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Super Shy(슈퍼 샤이)’의 춤은 박명수의 ‘거성 체조’의 한 장면을, ‘ETA’는 정준하의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라는 춤과 같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밈들은 뉴진스 멤버들에게도 알려졌는데, 멤버들도 웃음을 터뜨렸고 무한도전의 춤을 따라 추며 자연스레 무한도전에 스며들었다.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는 이유는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많은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커온 ‘무도세대’들에겐 ‘무한도전’은 그 시대 정서 자체다. 많은 사람들이 최근의 프로그램보다 무한도전과 같은 옛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돌려보고 있으며 실제로 MBC 유튜브 채널 중 무한도전 모음집이나 방영분은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1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함께한 무한도전. 국민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종영 이후에도 여전히 팬들에게 사랑받으며 재생되고 있기에 ‘무도세대’는 지금도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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