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ㅣ전세계가 AI(인공지능)로 대격변을 겪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서 그림이나 영상을 금방 만들어내기도 하고, 목소리도 똑같이 만들며 훨씬 편리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방면, 사람들의 일자리까지 꿰차고 있기도 하다. 이렇듯 AI가 우리의 삶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와중에 인터넷 주소창에도 ‘.ai(닷에이아이)’라는 도메인이 종종 눈에 보이고 있다.

‘.ai’는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영국령 섬인 앵귈라의 도메인이다. 도메인이란 인터넷상의 주소를 숫자 대신 알기 쉽게 영문으로 표기한 것을 말한다. 나라마다 도메인이 다른데, 우리나라는 .kr이며 일본은 .jp, 영국은 .uk다.

앵귈라는 섬으로 된 나라로 102㎢의 면적을 갖고 있다. 이는 강원도 속초(105㎢), 경기도 동두천(95㎢)·하남(92㎢)과 비슷한 크기이며 인구는 약 1만5천명 가량, 공용어는 영어다.

이렇게 작은 곳이지만 도메인으로 벌어들이는 추정 수입은 우리나라보다 약 40억 가량 더 많다. 최근 AI, 챗GPT 열풍에 따라 “주소만 봐도 AI 기업처럼 보인다”, “투자를 더 쉽게 받을 수 있다” 등의 이유로 닷에이아이의 도메인 선호도가 높아졌다. 글로벌 도메인 등록대행업체 ‘후이즈’에 따르면 닷에이아이 도메인은 작년 12월 12만8126개에서 지난 4월 15만5927개로 20% 이상 급증했다.

이러한 국가 도메인은 최상위 도메인으로 분류되며 정부 기관 등이 도메인 등록 대행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대행업체가 일반에 판매하는 구조로 거래된다. 앵귈라는 도메인 가격으로 140달러(약 18만원)을 받는다. ‘닷에이아이’ 도메인이 15만개를 상회하니 2년마다 2,180만달러의 수입이 발생하는 것이며 연간으로 환산하면 1,090만달러(약 140억원)다. 2018년 앵귈라의 도메인 수입은 290만달러였는데, 5년 사이 3배나 늘었다. 우리나라는 도메인 관리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대행업체로부터 건당 9,500원의 수수료를 받는데, 지난해엔 도메인으로 104억원을 벌어들였다.

한편,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들은 일찌감치 ‘.ai’ 도메인을 선점했다. 일론 머스크의 X와 캐릭터닷AI 등도 닷에이아이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으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닷에이아이 도메인은 자사 AI 관련 사이트로 안내한다. 국내의 경우에도 ‘카카오 i’와 ‘네이버 클로바’ 등이 닷에이아이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러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다음과 네이버의 닷에이아이는 카카오와 네이버의 소유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선점했으며, 올해 3월 ‘daum.ai’ 인터넷 주소를 14억3000만원에 판매하겠다는 글이 중고거래 앱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처럼 이윤을 남기기 위해 먼저 선점해 고가에 판매하는 행위가 늘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유명 기업의 도메인을 일반인이 구매한 후 기업을 사칭하거나 사기 행각까지 벌일 위험성도 제기됐다.

이처럼 ‘닷에이아이’ 도메인의 구매 및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AI관련 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분야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앵귈라 도메인을 관리해 온 빈스 케이트는 “도메인 등록 수가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났으며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도메인의 중요성이 약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일이 원하는 답변을 찾아다녀야 하는 인터넷과 달리 인공지능 챗봇 등의 활용도가 높아질 거란 예측에 따른 판단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인터넷 창을 켜 웹사이트에 들어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보다, 앱 사용으로 이를 대체하는 경우들이 더 많아졌기에 도메인은 ‘상징’으로만 남을 수도 있다는 게 일부의 생각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