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인체 흡혈로 피해를 주는 해충, 빈대. 국내에서는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1970년대 DDT 살충제 도입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으나, 최근 프랑스 등 외국에서 빈대가 퍼지며 비상이 걸렸다. 이후 국내에서도 빈대 관련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2023년 11월 15일 가장 뜨거운 이슈 <‘빈대’ 붙지마! 공포 확산 중인 빈대...발견했다면?>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 노린재목 빈대과의 곤충, 빈대
 
빈대는 노린재목 빈대과의 곤충으로, 지구상에는 총 75종(種)의 빈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대의 성충은 크기 약 5~6mm의 진한 갈색인데, 흡혈하면 몸이 붉게 변한다. 새 둥지, 박쥐 동굴, 기르는 가축들의 몸에 빈대가 발생할 수 있고, 집안에도 생길 수 있다. 집안에 서식하는 빈대는 주로 가구나 벽의 틈, 침구류 등에 숨어 있다. 특히 사람이 잠을 자는 야간에 주로 흡혈하기에 침대 등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지만, 수면 부족을 야기하는 등 삶의 질을 현저히 낮춘다. 빈대에게 물리면, 물린 부위가 가려워지는 것은 물론, 이차적 피부 감염이 생길 수 있다. 심한 경우, 전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나 고열과 염증반응 등이 나타난다. 증상은 사람마다 달라 물리고도 신체적 징후가 없는 경우도 있다.
 
빈대 [사진/연합뉴스 제공]

 

# 빈대 발생 신고 속출

지난 9월에는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학생이 빈대에게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섰고, 지난달 13일에는 인천 서구 사우나에서 살아 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돼 운영이 잠정 중단됐다. 지난달 19일 대구의 한 사립대학교 기숙사에서도 학생이 빈대에게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섰다. 이 밖에도 서울 중구 남대문 쪽방촌 일대의 한 고시원, 경기도 부천 소재 고시원 등 숙박시설과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빈대 출현 신고가 이어졌다.

전국 지자체들은 갑작스러운 빈대 확산에 대책본부를 꾸리는 등 ‘빈대 예방’을 위해 방역을 강화했다. 지금까지 지하철, 사회복지시설 등 수백 곳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고, 숙박시설은 고온·고압 스팀 살균 기기를 통해 해충 유입을 막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빈대 발생이 확인된 지역을 포함해 전 지자체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총 22억 원을 긴급 지원한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특히 취약계층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쪽방촌, 고시원 등 취약 시설을 중심으로 방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빈대 확산세는 꺾이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오늘 빈대와 관련한 국민 민원이 1주일새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빈대 확산 방지 대책 마련을 관계 기관에 촉구하는 ‘민원 예보’를 발령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접수된 빈대 관련 민원은 총 104건으로 전주(37건) 대비 3배 가까운 181.1% 증가했다. 권익위는 “빈대로 인한 국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관계기관에 철저한 대책을 당부한다”라고 전했다.
 
방역 소독 중인 대구 계명대 기숙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 빈대에 대한 공포 확산

빈대가 확산한다는 소식에 벌레가 많이 출몰하지 않는 계절임에도 살충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이번 가을에는 여름이 지났는데도 모기가 기승을 부려 편의점에서 살충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13일 편의점 CU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달 9일까지의 살충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3% 늘었다. 지역별로는 이달 기준 서울 지역에서의 살충제 매출이 84% 증가했고 대전(84%)과 강원도(83.1%), 경기도(75.6%), 인천(71.7%) 등 주로 중부 지역에서 크게 늘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모기 개체수 증가에, 빈대 공포감까지 더해져 해충 방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겨울을 앞두고 살충제의 매출이 이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며 “일상 방역에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갖춰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빈대주의'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제공]
 
# 빈대를 막기 위한 대응
 
‘빈대 박멸’을 위해 전국 시·군·구는 목욕·숙박업소 전수 위생점검을 하고 특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위생점검에서는 월 1회 이상 시설물 소독 실시 여부, 영업장 내 빈대 서식 흔적 및 배설물 여부, 영업장 청결 관리 여부, 침구류·대여복 재사용 여부 등을 중점으로 살핀다. 또한 빈대 생태적 특징과 예방·방제법 등을 시민들에게 적극 안내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10일 빈대 방제를 위해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으로 만든 살충제 8개 제품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빈대가 기존에 사용하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형성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이고, 긴급 사용 승인 기간은 1년이다. 환경부는 이번에 사용 승인된 제품은 모두 가정용이 아닌 전문 방역업자가 사용하는 방제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부는 빈대 확산 방지 대책 회의를 열고 숙박업소나 목욕탕 같은 공중위생영업소와 사회복지시설에서의 빈대 발생 상황과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도 빈대 확산 방지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꾸리고 지난 13일부터 4주간 빈대 집중 점검 및 방제 기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높아지는 시민 불안감에 서울시는 빈대가 발생하지 않은 숙박시설에 소비자 안심 마크를 온라인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는 숙박업소 디지털 정보기업 온다(ONDA)와 지난 10일 협약을 맺고, 이달부터 티맵 숙소 예약을 시작으로 빈대 안심 숙박시설을 본격 표출한다고 14일 전했다. 온다는 다수의 숙박 예약플랫폼과 제휴해 전국 3만 5천여 곳, 서울의 경우 2천여 곳의 숙박업소 정보를 제공한다.
 
해외를 통한 빈대 유입을 막기 위해 정부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구제 서비스를 시행한다. 박구연 국무1차장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빈대 확산 방지 정부 합동 대응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국무조정실이 밝혔다. 정부는 우선 인천공항 입국자 수하물을 대상으로 열풍기를 활용한 고온 스팀 구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구제 서비스는 인천공항에서 먼저 시행한 뒤 내년 전국 13개 공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항철도 '빈대 예방' 살균 작업 [사진/연합뉴스 제공]
 
# 해외 상황은?
 
미국 뉴욕에서도 빈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맨해튼과 브롱크스, 브루클린, 퀸스, 스태튼 아일랜드 등 뉴욕 시내 5개 자치구 중에선 브루클린이 가장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브루클린의 빈대 신고 건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21% 증가한 928건이었다. 앞서 뉴욕포스트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뉴욕에서 빈대가 확인됐다는 신고 건수가 모두 2천 66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7% 증가했다.
 
홍콩에서도 해외발 빈대 출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살충제 판매와 해충 방제 예약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해충 방제 업체 ‘노베드버그-HK’의 프란시스코 파조스 대표는 “우리는 보통 한 달에 약 400건의 방제 요청을 처리하는데 지난 사흘간 한 달 치 일을 처리했다”며 “현재 작업량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많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의 전문가들은 원래 홍콩이 고온다습해 빈대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해충 방제 작업 중인 프랑스의 한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제공]

 

# 빈대를 발견한 경우

집안에 빈대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자는 동안 신체에 물린 자국 여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물린 자국이 나타나기까지 최대 14일이 걸릴 수 있어 빈대 자국도 살펴봐야 한다. 혹시 침대에 빈대가 탈피한 뒤 남은 외골격(껍질)이나 붉은색 핏자국, 검붉은 배설물, 노릿한 냄새 등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침대 매트리스와 시트의 접힌 부분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빈대는 집안의 침대와 소파 등에 살며 10도 이하로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성장과 부화에 어려움만 있을 뿐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흡혈하지 않고도 70~150일에서 생존한다. 가정용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아 침대보나 옷 등 빈대의 서식이 확인된 세탁물은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건조기의 뜨거운 열풍을 두 시간 이상 쬐어야만 박멸한다.
 
질병관리청의 빈대 예방 홍보 포스터 [사진/연합뉴스 제공]

빈대 출몰이 의심된다면 국민콜 ‘110’이나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소에 신고하면 되고, 물렸을 경우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으며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빈대로 인한 가려움증이 심할 때는 얼음팩을 부드럽고 얇은 수건에 싸서 냉찜질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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