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감축’... 적자 해소를 위해 불가피 vs 노동자에게 책임 전가

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서울교통공사와 노조 간의 최후 교섭이 결렬되며 노조가 오늘과 내일 양일간 경고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서울시가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수능 이후 전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023년 11월 09일 가장 뜨거운 이슈 <서울 지하철 파업, 쟁점은 ‘인력 감축’>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서울교통공사란?

서울교통공사는 서울특별시 산하 공기업이다. 기존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관리 및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관리·운영하던 서울특별시 도시철도공사가 통합하여 2017년 5월 31일 설립됐다. 2014년 12월 당시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중복인력 감축, 임원 인건비 절감 등의 효과를 기대하며 내놓은 서울 지하철 혁신방안이다.

논의 초반 양사 측의 노조가 반대해 2016년 3월 논의가 중단됐다가 같은 해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 부재 문제가 제기되며 기관 통합으로 안전관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 속에 통합 논의가 재개되었다. 이에 양 노조가 통합 찬성으로 돌아서며 2017년 5월 말 서울교통공사가 공식 출범하였다.

서울 지하철[연합뉴스 제공]
서울 지하철[연합뉴스 제공]

#인력 감축안 두고 노vs사 입장차 극명

이번 파업의 핵심은 ‘인력 감축’이다. 대규모 적자에 시달려온 사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수송 원가(2021년 기준 2,000원)보다 낮은 지하철 요금(1,400원), 만 65세 이상 노인 등에 적용하는 무임승차 제도 등으로 인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누적 적자 규모는 17조 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적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026년까지 2천212명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공사 전체 정원의 약 13.5%다.

노조는 사측의 경영혁신안이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거라며 반발했다. 또 인력 감축을 무리하게 단행할 경우 안전 문제에 적신호가 들어올 수 있다며 감축안 철회를 요구했다. 연합교섭단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서울시와 공사의 전시성·실적성 인력 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는 시민과 지하철의 안전을 위협하며, 시민 서비스가 저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 최종 협상 [서울교통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사 최종 협상 [서울교통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노조의 파업 선언

어제(8일) 파업 전 마지막 교섭이 있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구성된 공사 연합교섭단은 오후 3시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시작했다. 협상은 2분 만에 정회했고, 5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실무교섭 끝에 본교섭을 속개하지 못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 측은 “사측의 일부 변화된 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공사는 인력감축, 안전업무 외주화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며 “또 정년퇴직 인력조차 채용하지 못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 상황을 고려해 서울시와 사측의 전향적 입장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로 내일부터 10일 주간 근무까지 경고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총파업 출정식 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연합뉴스 제공]
총파업 출정식 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연합뉴스 제공]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경고 파업, 노조 간의 이견도 있어

노조는 오늘(9일) 오전 9시부터 내일 오후 6시까지 파업한다. 이틀간의 파업은 서울시와 사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경고 파업’이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실무교섭 과정에서 노조 간에 이견도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한국노총 노조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민주노총 노조만 파업한다.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안을 받아들이자는 쪽이고,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에 협상 결렬이 선언된 후 한국노총은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파업 불참을 결정했다.

통합노조 공지문에는 “연합교섭단에서 최선의 합의안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서로 간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며 “연합교섭단 최종회의에서 각 노조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노조는 파업에는 불참하되 연합교섭단에는 남아 사측과의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서울 지하철, 오늘부터 이틀간 파업…출근시간대는 정상운행[연합뉴스 제공]
서울 지하철, 오늘부터 이틀간 파업…출근시간대는 정상운행[연합뉴스 제공]

#파업에 따른 불편은?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노조 파업 예정으로 인해 출근 시간을 제외하고 1~8호선 열차 운행률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노조와 대화를 통해 지하철 운행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파업이 진행되어도 ‘필수유지업무 협정’에 따라 지하철 운행에 필요한 최소 인력은 유지된다. 앞서 공사는 파업으로 인해 시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지난 9월 25일 연합교섭단과 실무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평시보다는 운행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불편이 예상된다. 평일 운행률은 노선에 따라 53.5%(1호선)에서 79.8%(5∼8호선)까지 줄게 된다. 관계자는 “전체 지하철 운행을 평소 때의 82%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조원들[연합뉴스 제공]
 노조원들[연합뉴스 제공]

#비상수송대책 가동

이에 서울시는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지난 8일 서울시는 서소문청사에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했고 파업이 종료될 때까지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버스 업계, 경찰 등 관련 기관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통해 파업 상황별 비상수송대책을 수행한다.

우선 출근 시간대는 열차를 100% 운영하고 퇴근 시간대는 평상시 대비 87% 수준으로 유지한다. 이용 인원이 많은 2, 3, 5호선은 비상대기열차 총 5대를 추가 투입해 혼잡도를 잡는다.

또 파업 미참여자, 협력업체 직원 등 총 1만3천500명의 인력을 확보해 지하철 수송 기능을 유지하고 시 직원도 하루 124명이 역사 근무 지원 요원으로 투입돼 안전 관리에 집중한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집중배차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을 1시간 연장하고 예비버스 등 566대를 추가 투입해 1천393회 증회 운영한다.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송시영 위원장[연합뉴스 제공]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송시영 위원장[연합뉴스 제공]

#이런 와중 독자적 노선을 걷는 ‘MZ노조’ 올바른노조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조는 지난 8일 서울시청 인근에서 ‘단체행동’이라는 집회를 열고 사측의 경영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양대 노조 파업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며 공사의 정상화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정규직이나 다름없는 무기계약직이 공사 일반직으로 전환돼 갈등을 일으키고 조직의 비효율화를 초래했다”며 “이런 비효율성이 구조조정의 명분이 돼 현장에서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의 권리마저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18년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편입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기존 핵심 인원은 줄면서 비효율화가 심화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곽용기 올바른노조 기술본부장은 “기성노조의 맹목적 구조조정 반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며 “비효율 분야의 자회사 분사에 따른 인력조정에는 찬성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규 채용은 중단돼선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올바른노조는 기존 1·2노조가 구성한 ‘연합교섭단’에 불참한 채 독자적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해 공사와 교섭단의 협상 결과로 제3노조는 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없으며 파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

이번 파업으로 서울 지하철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하게 됐다. 지난해 11월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파업에 들어서자 퇴근 시간 운행 지연 등 ‘지옥철’의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파업 첫날인 11월 30일 밤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되며 파업이 하루 만에 종료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고 파업으로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오는 16일 수능 특별수송 후 2차 전면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노조 측이 경고한 상황, 교통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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