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지난 9월 기준 청년 실업자가 21만 4천 명에 육박하며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음이 증명됐다.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고학력자가 정규직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가리킬 때, 예전부터 ‘림보세대’라는 말이 사용되었다. 

‘림보세대’는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경력조차 쌓지 못하고 희망이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일에 내몰리는 20대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서 학자금 대출, 생계비 마련 등을 걱정하며 살아간다. 

전 세계적으로 림보세대가 나타나기 시작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였다. 2008년에 일어난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거의 모든 주요 서방 국가의 은행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고, 경제성장률 역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제 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도 매일 일자리 수만 개가 사라졌다. 

이때 미국의 헬드리치센터가 대학 졸업생 57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학 졸업자 중 풀타임 직업을 여전히 찾는 비중이 14%였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거나 직업이 아예 없는 상태였다. 

‘첫 직장’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금융위기 이전이었던 2006년과 2007년 졸업자들은 30%가 첫 직장을 경력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금융위기가 일어난 후였던 2009년과 2010년 졸업자 중에서는 22%만 같은 대답을 했다. 

그렇지만 금융위기 직후부터 림보세대라는 말이 쓰이지는 않았다. 이 표현은 2011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Generation Limbo: Waiting It Out’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용하면서 보편화되었다. 뉴욕타임스는 “경력이 중간에 끼어 옴짝달싹 못 하고 장래성이 없는 직업과 무기력한 전망에 대처해야 하는 고학력의 20대 젊은이들”이 ‘림보세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88만 원 세대’라는 말이 이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경제학자 우석훈과 사회운동가 박권일이 2007년 출간한 ‘88만 원 세대’라는 책에서는 비정규직으로 살거나 살 예정인 청년세대를 88만 원 세대라고 불렀다. 2007년 비정규직 20대는 평균 월 88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88’은 또 다른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책이 출간된 2007년에는 1988년생이 성인이 되었던 해였기에, 갓 성인이 된 이들이 저성장 시대의 문턱 앞에 섰다는 의미도 있었다. 그리고 사실 당시에는 최저시급 3,480원, 최저월급 727,320원으로 월급이 88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금도 취업이 어려워 대학가에서는 졸업 학점을 채우고도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빈번하다. 실제 서울대 재학생 6명 중 1명이 졸업을 유예한 상태라고 한다. 고학력을 지녔음에도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는 이들이 115만 명이 넘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더 늘지 않도록, 양질의 일자리와 기회들이 꾸준히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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