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양원민 기자 | ‘이태원특별법’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키고, 국민의힘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며 이를 국회로 되돌려 ‘이태원특별법’은 다시 표류하게 될 전망이다. 2024년 1월 30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재의안 의결에 다시 표류하게 된 ‘이태원특별법’>에 관해 팩트와 함께 전달한다.

#이태원특별법
정식명칭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피해자 구제 및 지원 방안 등을 규정한 내용의 특별법이다. 이는 참사 발생 원인과 수습 과정, 후속조치 등의 진상을 밝히고 피해자 권리 보장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됐다.

#표류해온 법안
이태원특별법은 국민 동의 청원 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로 회부된 이후 2023년 4월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그리고 그해 6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후 여러 차례 논의가 오갔다. 여야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치에 일부 공감대를 이뤘지만, 특조위 구성과 권한 등 세부사항과 상임위원 추천 방식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해당 법안은 국회 통과를 목전에 두고 표류해 왔다.

발언하는 윤재옥 원내대표[연합뉴스 제공]
발언하는 윤재옥 원내대표[연합뉴스 제공]

#야당 단독으로 국회 문턱을 넘은 법률안
하지만 지난 9일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담긴 더불어민주당의 수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의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수정안의 내용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진상 재조사를 위한 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다.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상임위원은 국회의장과 여당, 야당이 각 1명씩 추천하도록 했으며,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특조위 의결로 선출한다. 특조위 직원 정원은 60명이며, 필요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무원 파견을 요청할 수 있다. 이들의 활동기간은 1년 이내이지만 필요시 3개월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민주당 원안에 있던 특조위의 특별검사(특검) 요구 권한은 삭제됐고, 시행 시기도 ‘공포 후 3개월 경과한 날’에서 총선 후인 ‘올해 4월 10일’로 수정됐다.

이태원특별법 상정에 퇴장하는 국민의힘[연합뉴스 제공]
이태원특별법 상정에 퇴장하는 국민의힘[연합뉴스 제공]

#여권의 부정적 기류
‘이태원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었음에도 여권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

참사 이후 5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수사를 벌였으며, 용산구청장을 포함해 다수의 기소가 이뤄졌고, 각종 손해배상 재판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행정부 산하에 설치되는 특조위에서 대통령 인사권을 봉쇄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리에도 어긋난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특조위가 수백억원대 예산을 쓰고서도 정작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봤다.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철야행동[연합뉴스 제공]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 공포 촉구 철야행동[연합뉴스 제공]

#유가족들의 특별법 촉구 노력
유가족들과 관련 시민단체는 ‘이태원특별법’이 공포되도록 다방면에서 노력했다.

이태원 참사 전북지역 유가족들은 지난 16일 익산시에 있는 원불교 중앙총부를 찾아 ‘이태원특별법’의 조속한 공포를 도와달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이날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과 만나 참사 이후 1년간의 유가족 활동 기록이 담긴 책을 선물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거듭 당부했다. 또 같은 날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를 면담하여 특조위 출범 필요성을 당부했고, 다음날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생 총무를 면담해 특별법 공포를 위해 교계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한편,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와 유가협은 지난 22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1만5천900배의 절을 했다. ‘1만5천900’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을 상징하는 숫자로 유가족과 시민 약 100여명은 오후 2시 15분께 분향소 앞에서 영정을 향해 절을 하기 시작해 릴레이식으로 1시간마다 순서를 바꿔가며 진행했다.

또 유족 70명과 종교 시민사회계 30명 등 총 100명은 지난 29일 ‘이태원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며 온몸이 땅바닥에 닿도록 큰절을 올리는 오체투지 행진을 이태원역에서부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1.4km 구간 도로에서 진행했다.

#국민의힘, 거부권 행사 건의
결국 국민의힘은 지난 18일 ‘이태원특별법’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태원 특별법은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과정, 모든 절차를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며 “이제껏 특별한 조사가 필요한 기구를 설치하는 특별법을 처리함에 있어 여야가 합의 처리해 온 관행을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도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조위가 불송치나 수사 중지된 기록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도 그동안 세월호 참사 등 어떤 재난 관련 특조위에도 유사한 입법례가 없다. 재탕, 삼탕, 기획 조사 우려가 있다”며 이유를 들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재의요구권을 건의하면서 동시에 민주당에 특조위 구성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안을 가지고 재협상할 것을 제안한다”며 민주당에 특별법 재협상을 제안했다.

임오경 대변인[연합뉴스 제공]
임오경 대변인[연합뉴스 제공]

#야당의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한 데 대해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 여당”이라며 윤 대통령은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특별검사 삭제,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및 구성 등에서 이미 충분히 여당 의견을 반영해 양보한 법안”이라며 “그런데도 꼬투리를 잡는 것은 특별법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도 SNS를 통해 “특별법 합의를 불발시킨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본회의 상정을 미루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표결에 불참하고, 대통령에게 거부권 건의까지 모두 계획된 것이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이태원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
하지만 결국 ‘이태원특별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됐다. 정부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이태원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피해자·유가족에 대한 재정 지원과 심리 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영구적인 추모 공간을 건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종합 지원 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정부의 판단
정부는 해당 법률에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별조사위원회 권한이 과도해 기존의 사법·행정 권한을 제한하거나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특조위 구성 절차에 공정성·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며, 소요될 예산과 행정력이 막대하지만 국민 분열만 조장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재의 요구 사유로 들었다.

여기에 정부는 유가족과 협의해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 대책’을 수립·추진해 실질적인 지원과 예우·추모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를 구성하여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속도감 있게 배상·지원을 하기로 했으며 영구적인 추모시설 건립 등을 유가족,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건립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연합뉴스 제공]

#윤 대통령, 재의요구안 재가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 재의안이 의결된 뒤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재의요구 시한인 다음 달 3일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정부는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됐다. 한편,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한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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