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심재민 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 |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고 홍콩 누아르를 세계적인 장르로 만든 주역 주윤발(저우룬파·周潤發·67세). 1976년 데뷔 이후 100여편의 작품에 출연한 홍콩 대표 배우이면서, 각종 선행으로 신의와 덕망의 이미지까지 가진 주윤발이 최근 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주윤발의 신작 ‘원 모어 찬스’가 다음 달 1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액션뿐 아니라 멜로, 코미디,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좋은 연기를 펼쳐왔던 주윤발은 1976년 데뷔, 이후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도신'(1989), '종횡사해'(1991) 등으로 홍콩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또한 '방탄승'(200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2006), '상하이'(2010) 등 할리우드 작품에도 출연했다. 이러한 주윤발은 아시아 영화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주윤발은 한국과 인연이 깊기도 하다. 그는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 '와호장룡(2000)'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따거'(大哥·큰형님)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았는데, 스스로 대표작으로 생각하는 작품 역시 '영웅본색', '첩혈쌍웅', '와호장룡'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1989년 출시된 탄산음료 '밀키스' 광고에 출연했던 그는 한국 TV 광고에 처음으로 출연한 외국 연예인이기도 하다. 

주윤발은 자국에 대한 애정이 깊고, 말뿐만 아니라 실제로 행동에 옮기기도 해 큰 지지를 받았다. 대표적으로 그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시위대에 지지를 표했다. 이어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때는 당국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을 발표한 날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거리로 나와 조깅을 해 시민의 찬사를 받았다. 당시 홍콩 시민들은 "역시 주윤발이다", "진정한 영웅본색이다", "행동으로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을 보여줬다" 등의 찬사를 쏟아냈다.

최근에는 홍콩 영화에 대한 진심어린 우려를 표하기도 해 조명 받기도 했다. 지난 5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중국의 엄격한 검열에 따른 어려움을 토로한 것.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주윤발은 홍콩 영화에 대해 "지금은 규제가 많아 제작자들에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나리오는 영화 당국의 여러 파트를 거쳐야 하고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으면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힘들다. 많은 영화인이 애를 쓰고 있지만 검열이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997년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우리는 정부의 지향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제작비를 충분히 조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남기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의 영혼을 담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97년은 홍콩의 주권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해로, 이를 전후로 홍콩 영화의 전성기는 막을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구가하던 홍콩 영화계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으며, 2020년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되고 이듬해에는 '국가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하는 영화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더욱 많은 제약을 받게 됐다. 해당 법으로 홍콩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지지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할 경우 이미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에 대해서도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런 만큼 주윤발의 이번 검열 관련 발언이 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샀다.

한편, 주윤발의 신작 '원 모어 찬스'가 다음 달 1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앤서니 펀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빚에 허덕이며 카지노를 들락거리는 왕년의 '도신' 광휘가 자폐증을 앓는 아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광휘 역을 맡은 주윤발은 이번 작품에 대해 "따뜻한 드라마 장르의 작품을 안 한 지 오래돼 굉장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가 없으면 저우룬파도 없다" 올해 67세인 주윤발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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