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박근혜 대통령이 낸 탄핵소추안 답변서가 지난 18일 공개 되었습니다. 공개되기 전, 국회 측 여야 탄핵심판 소추위원단과 실무대리인단이 18일 열린 첫 회의부터 충돌했습니다. 야당측이 박 대통령측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가 공유가 되지 않고, 소송대리인단의 야당 몫 보장 등에 대해 반발하자 소추위원장인 권성동 위원장이 논란 끝에 수용하는 등 초반부터 불협화음이 오갔고 고성, 심지어 욕설이 오갔습니다. 우여곡절 끝 공개된 답변서. 그 속에 나온 단어들이 화제입니다.

▲ 출처 - 청와대

먼저 키친 캐비닛입니다. 키친 캐비닛은 대통령과 어떠한 사적 이해나 정치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행정부 안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력자들과는 구분됩니다.

이들은 식당 안에서는 직위가 아니라 서로를 퍼스트 네임(이름)으로 부르며, 대화나 토의 역시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국민여론이나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충고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측근들에 둘러싸여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바로잡을 수도 있어 자주 이런 모임을 갖습니다. 박대통령은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이렇게 키친 캐비닛이라고 지칭한 겁니다.

2001년 6월 부시(George Walker Bush) 미국 대통령이 키친 캐비닛 명단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하였는데, 흔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지인들로 의미를 확대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와 더불어 화이트 하우스 버블이라는 단어도 나왔는데요. 백악관 버블에서 '버블'은 미국 백악관의 별칭이기도 합니다. 미국 백악관이 겉보기에는 투명하지만 바깥과 단절돼 갇혀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최순실 씨의 역할이 청와대라는 '버블 안'에 갇힌 박 대통령을 바깥 민심과 연결하는 '출구'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고,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친 것도 최 씨의 의견을 들은 것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자문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그러면서도 최순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바로 ‘연좌제’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말입니다. 최순실 씨와 친하다는 이유로, 최 씨의 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지우는 것은 '헌법상 연좌제 금지'에 위반한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연좌제는 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하고 처벌하는 제도로 1980년 8월 1일 공식적으로 폐지됐지만, 이는 헌법상 연좌제 금지 규정은 대상이 '친족'간이기 때문에 친족이 아닌 박 대통령과 최 씨의 사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반론이 곧바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와 관련해 "연좌제와 공범의 죄상은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공동정범, 또는 주범으로 공소장에 적시되어 있다. 공소장을 다시 읽어보기 바란다"고 말하며 비난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 씨가 키친캐비닛이라고 해 제가 한참 웃었다. 최순실이 캐비닛이라는 말도 이해 안 된다. 무슨 캐비닛인가. 어느 분야를 전담하는가. 주로 프로포폴 전담 캐비닛인가?"라며 "변명을 해도 이 사람이 쉐도우 내각으로서 어떤 전문성이 있기에 캐비닛이라는 말을 쓰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들었습니다.

한편 현재 박대통령 변호인은 답변서 공개는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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