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뉴스를 통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 검찰 조사를 본 사람들이라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차은택 씨는 검찰 조사를 받을 때마다 수의를 입지만 반대로 최순실 씨는 남색 점퍼를 입고 나온다. 또 기밀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반면에 같은 청와대 참모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 수석은 수의 차림으로 나온다.

같은 이유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이들이지만 누구는 ‘수의’를 입고 누구는 ‘사복’을 입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미결수용자 사복착용’에 대한 규정 때문이다. 미결수용자 사복착용은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는 피의자인 미결수는 구치소 안에서는 수의를 입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사 등의 이유로 밖으로 나갈 때는 자신의 선택으로 사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다만 안전을 이유로 가발과 장신구는 착용이 금지 된다.

▲ (출처/영화 검사외전 스틸샷)

미결수의 사복 착용이 허용된 이유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잔재였던 미결수의 죄수복 착용은 1999년 위헌 판결이 나자 법무부는 미결수 사복 착용 금지를 허용하는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1980년 개헌을 통해 우리 헌법에 무죄 추정의 권리가 삽입된 지 19년 만에 변경된 것이다. 미결수의 사복 착용은 1999년 7월 3개월간의 시범운영을 거쳐 전국적으로 확대돼 지금에 이르렀다.

미결수용자 사복착용은 이미 형을 받은 수형자가 다른 사건으로 수사·재판을 받을 때도 사복을 선택하여 입을 수 있다. 법무부는 이러한 내용이 담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2016년 2월 19일 입법예고했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12월 31일을 개정시한으로 정하고 그때까지 현행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2월 수형자의 사복 착용을 금지한 형집행법 88조를 '헌법 불합치' 결정했기 때문이다. 수형자도 다른 형사사건 재판에서는 미결수와 동등하게 봐야 하기 때문에 복장 차별은 불합리하다는 게 헌재 결정의 취지였다. 여기서 수형자는 재판을 통해 징역·금고·구류가 확정됐거나 벌금 등을 내지 않아 노역장 유치명령을 받은 자를 말한다.

현행 형집행법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미결수에 대해 재판·수사 때 사복 착용을 허용하고 변호인 접견이나 서신을 주고받는 데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수형자는 미결수와 똑같이 변호인 접견이나 서신 교환은 허용하면서도 사복 착용 만큼은 불허해왔다.

미결수의 사복착용은 때론 미결수의 의지로 짐작하기도 한다. 최순실 씨와 장시호 씨의 경우 수의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혐의를 쉽게 인정하지 않겠다는 본심이 담겨있다고 전한다.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 추구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로 허용한 미결수 사복 착용. 옷 착용 하나로 법의 심판이 바뀌지 않도록 법조인들의 더욱 공정한 눈과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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