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pro] ‘미꾸라지 같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어떠한 사건이나 책임을 요리조리 잘 피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잔꾀가 많거나 동작이 날랜 사람에 빗대어 사용한다. 그런데 ‘미꾸라지’보다 더 센 표현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기름장어’다. 기름장어는 미끈거리는 몸과 재빠른 동작에 ‘기름’까지 더해진 것이 그 특성을 가늠하게 하며, 이 수식이 가장 많이 붙여지는 인물은 바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기름장어는 미꾸리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우리나라의 특산어류이다. 사실 기름장어라는 명칭은 방언으로 기름치, 하늘미꾸라지, 왕종개 등으로도 불리며 정확한 학명은 <Iksookimia longicorpas KIM, CHOI and NALBANT>이다. 식용하기도 하지만 별 맛이 없으며, 요즘에는 오히려 관상어로 더 주목을 받는다.

기름장어의 겉모습은 이렇다. 몸길이는 보통 10∼15cm지만 18cm 이상 되는 것도 있다. 전체적인 생김새는 미꾸라지형으로 그 보다 길고 옆으로 납작하다. 그리고 눈은 작고 머리의 양쪽 옆 중앙에 있으며 눈 아래에는 작은 가시가 있고, 머리와 주둥이는 길게 앞으로 튀어나왔지만 끝은 둔한 형태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입에 수염이 3쌍으로 나있으며 빛깔은 엷은 노란색 바탕에 등은 짙은 갈색을 띄며 배 부위는 희다.

기름장어는 강의 중/상류의 물살이 비교적 빠르고 바닥에 자갈이 깔린 곳에 서식하며 주로 수생곤충들을 잡아먹고 산다. 주서식지는 섬진강, 낙동강을 비롯해 남해안으로 유입되는 하천과 인접한 도서지방, 그리고 동해안으로 유입하는 일부 하천이다.

그렇다면 왜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이 ‘기름장어’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것일까. 기름장어라는 별명은 그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던 시절 붙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 한 언론사는 청와대 수석과 보좌관들의 별명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는데, 거기서 반기문 총장을 ‘기름장어’라 지칭했다.

당시 기사는 그 배경에 대해 “반 총장이 기자들의 유도 질문에 쉽게 넘어가지 않고 뛰어난 언변으로 각종 질문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라고 설명했다. 이때부터 반 총장을 두고 미꾸라지 보다 더 뛰어난 ‘기름장어’라는 별명이 공식적으로 붙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반 총장에 대한 ‘기름장어’라는 별명은 과거 외교안보수석이던 그의 ‘언변’과 ‘처세술’에 빗댄 표현이다. 그리고 최근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쳐가는 반기문을 두고 또 다시 이 ‘기름장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애초의 의미와 함께 그의 ‘교묘한 술책’ ‘회피 술’ ‘잔꾀’ 등의 뉘앙스, 즉 부정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고 입국을 앞둔 반기문 총장이 어떠한 ‘기름장어’로 남게 될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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