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장마가 길면 보은과 청산 색시들이 들창을 열고 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있다. 대추가 유명한 이곳은 대추를 말려 혼수를 마련하는데 비가 오래 오면 대추가 여물지 않아 시집을 갈 수 없었기 때문에 생긴 속담이다. 반대로 ‘장마가 짧으면 갑산과 회령골 색시들이 눈물을 흘린다’는 말도 있다. 장마가 짧으면 삼이 자라지 않고, 삼 농사를 망치면 혼수를 마련할 수 없어 시집을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속담들을 봤을 때 장마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름철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장마’는 성질이 다른 두 공기덩어리 사이에 전선이 생겨 발생한다. 뜨겁고 건조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하고 차갑고 습한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남하하면서 두 공기덩어리 사이에 생기는 전선이 비를 내리게 한다. 보통 6월 말부터 7월 중순 사이 이 두 공기 덩어리의 힘이 엇비슷해 전선이 정체되어 비가 계속해서 내리게 되는데, 바로 이런 현상이 ‘장마’다. 이때의 장마를 ‘여름장마’라 하고, 보통 한 달 정도 지속된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나서도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를 ‘가을장마’라 한다. 가을장마는 보통 초가을인 8월 말부터 10월까지 내린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해지면서 북상한 장마전선이 시베리아 고기압에 부딪혀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하고, 다시 한반도로 남하해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름 장마보다 강수량은 적고,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지만 불규칙적인 특징 때문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해 농작물 등에 큰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장마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주로 ‘집중 호우’로 인해 나타난다. 장마 기간 동안 내리는 비는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1300mm)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최대 시간당 200mm까지 내리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집중호우는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그 피해가 커지는 특성이 있다. 기상청이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기록적인 집중호우 10건 중 7건이 여름 장마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피해로는 우면산 산사태, 강남 침수 사건 등이 있다. 또한 집중호우가 동반하는 강풍으로 인해 시설물 피해가 발생하고, 천둥, 번개로 인해서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상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졌다지만 장마로 인한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자연적인 현상인 장마를 막을 수는 없지만, 장마로 인한 피해를 줄여나가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관련부처와 행정기관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시설물 점검과 비상물자 구축 등 제도적 측면을 강화하고, 피해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또 주민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제도와 매뉴얼에 잘 숙지하고 신속히 따라야 한다. 작년보다 빠르게 기온이 오르면서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고 있다. 미리미리 준비해 장마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여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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